<사설>최근 키코(KIKO) 판결이 주는 시사점
<사설>최근 키코(KIKO) 판결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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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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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금융회사로 넘어가...확실한 설명의무 이행방안 수립하라

 지난 8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금융위기 당시 환헤지 통화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해 손실을 입은 테크윙, 엠텍비젼, 에이디엠, 온지구 등 4개 기업이 하나은행과 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은행은 기업들이 청구한 금액의 60~70%를 돌려 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은행이 위험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기업 측에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란 구매자인 기업과 판매자인 은행이 외화를 사고팔 권리(옵션)를 각각 가지는 파생상품으로, 기업은 원화값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이익을 얻지만, 원화값이 약정한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큰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환율 변동 방향이나 규모는 전문가로서도 예측하기 어렵고 계약 기간이 길수록 예측 정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며 "원고(기업)는 계약 기간을 늘리는 것에 대한 위험, 환율 변동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위험 확대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 기간을 2~3년으로 하는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주지하다시피 키코 관련 법정공방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중은행이 2007년 키코를 집중적으로 판매했는데, 2008년 초부터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키코를 구매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기 시작했다. 그해 5월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8월 오토바이 수출기업인 S&T모터스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이후 124개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의 쟁점은 상품적합성, 즉 은행이 환헤지 상품이라고 판매했던 키코가 과연 환헤지 상품으로 적절했는지 여부와 은행 설명의무 위반여부였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키코가 환헤지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원화값이 소폭 오르면 기업이 이익을 얻지만 원화값이 약정한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계약금액의 2배 또는 3배나 되는 외환을 비싸진 시장 가격에 사서 계약 당시 환율로 은행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해왔고 기존 재판부들은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특히 2010년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 등 4개 기업전담 재판부는 "키코 계약의 기본구조는 구조적으로 불공정하거나 환헤지에 부적합한 것은 아니며, 사후적인 시장 상황의 변화만을 이유로 계약상 책임을 부정한다면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기업에 무더기로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일부 기업만 은행의 고객보호 의무위반 책임을 근거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피해 기업들이 승소한 첫 판결로써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1심 판결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135개사가 2심을 진행 중이고, 15개 업체는 3심을 진행 중이다. 추가로 소송 대열에 합류하는 업체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은행들은 일제히 항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지 키코 소송에서 나온 판결과 다르게 은행 측 책임이 크게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재판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업들이 과거의 불공정 상품 주장에서 이번에는 은행의 설명부족으로 전략을 바꿔 은행이 상품을 팔면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점이다. 금융위기와 같이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이 오면 기업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은행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만큼 은행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재판부도 "기업이 과거 키코 거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거래 경험만으로 기업이 손해를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은행은 키코 가입으로 인한 손해 가능성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한다" 고 판결함으로써 기존 재판부 판단과 달리 거래 경험이 은행 설명의무의 경감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기업이 계약 체결에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은행의 권유를 그대로 따른 과실 등이 있다" 면서도 "은행이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위험 발생으로 많은 이익을 취했고, 과실을 비교 형량 함에 있어 은행의 과실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조직을 두고는 있다. 그러나,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하여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법적 다툼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동 조직이 회사내에서 대체로 비선호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고, 인원도 적으며 임원도 겸직하는 등으로 대부분 그저 일상의 민원이나 처리하는 소극적인 업무에 급급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라 본다.

 이제 공은 금융회사로 넘어간 셈이다. 이번 키코 소송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결이 주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회사들은 전담임원이 직접 지휘하는 파워있는 소비자보호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내가 소비자 라면?" 이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능동적인 소비자정책 개발에 진정으로 힘 써야하고, 창구교육을 통하여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상품의 주요내용을 정확하게 꼬집어 설명해 줌으로써 분쟁발생의 씨앗을 없애는데 투자를 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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