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지역인재 울리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지역인재 울리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 권의종
  • 승인 2018.04.1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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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가 원칙 능가할 수 없어.. 의무채용 취지 좋아도 공정한 경쟁기회 막을 순 없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이대로 시행되면 안 될 것 같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확대가 논란이다.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되면서부터다. 25일 공포·시행되는 시행령에 따라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이 늘어난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은 올해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18% 수준에 맞춰야 한다. 매년 3%씩 늘려가야 한다. 2022년에는 지역인재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겠지만, 지역인재의 고용보장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난에 해당자로서는 이만한 희소식이 없다.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운영방식에 손볼 곳이 적지 않은 게 흠이다. 벌써부터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반겨야 할 지방자치단체들 중에도 일부는 불만족이다. 지방대학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차별 논란이 꼬리를 문다.

제도의 경직성이 가장 큰 결점이다. 지역인재에 대한 정의부터 잘못되어 있다. 최종 학력이 공공기관 본사이전 지역의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예정)자로 한정하다보니 생기는 분란이다. 지역에서 최종학교를 나와야 지역인재에 해당된다.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어도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지역인재가 아니다. 반대로 수도권 거주자가 지방대에 진학하면 지역인재가 된다. 인재를 대학으로 평가하는 주객전도의 사태다.

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거듭나려면 지역을 잘 아는 인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지역을 잘 아는 인재인가. 지역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거주한 사람인가? 아니면 지역 소재 대학에서 4년간 공부한 사람인가? 당연히 지역에 오래 산 지역 출신자다. 그런데도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억지 논리를 고집한다. 탁상행정을 인정치 않으려 한다.

‘지역인재’ 정의 오류.. 4년 거주자는 지역인재, 20년 거주자는 외지인.. ‘국내판 까레이스키’만 양산

외지로 유학 떠난 지역 출신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학업을 위해 출향했다는 이유만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도를 넘는 역차별이다. 더구나 출신지 공공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귀향하려는 청년들까지 가로막는 법령 규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를 ‘국내판 까레이스키’로 만들 작정입니까?” 이들의 울분을 달래줄 마땅한 언어가 없다.

채용비율의 예외 없는 운용도 문제다. 공공기관이라고 다 같은 기관이 아니다. 자산 규모가 커도 직원 수가 적거나, 인원이 적어도 전문 인력비중이 높은 기관도 있다. 기관마다 채용 여건이 천차만별이다. 본사이전 지역에 근무하는 인원수나 구성비도 제각각이다. 채용비율을 똑 같이 적용할 경우 갖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다.

채용비율을 고수하다 보면 지역인재 채용인원이 해당지역 정원을 초과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 경우 초과된 인원은 다른 지역으로 보내져야 한다. 지역인재 채용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이 연출되고 만다. 전국적 지점망을 운영하는 신용보증기금 등과 같은 금융공기업은 본사 이전지역에 근무하는 인원비중이 낮아 이런 케이스에 해당될 수 있다.

지역인재라 해서 해당 지역에만 근무하는 것만도 아니다. 채용 후에는 인사 순환에 따라 정기적으로 타 지역으로도 이동 배치가 불가피하다. 개인 사정으로 다른 지역에서 정착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결국 지역인재 의무채용의 효과는 시간이 가면서 차츰 희석되게 마련이다. 기관별로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제반 이유들이다.

획일적 채용비율도 문제.. 지역과 공공기관의 특수성 무시.. ‘신(新) 카스트 제도’ 부작용 우려

시·도 행정구역을 기준한 지역인재의 범위도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인접 시·도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지근거리에 있는 공공기관에조차 응시가 어려워진다. 가령 충남대 출신은 차로 30분 거리의 세종시 소재 공공기관에 지원을 해도 우대를 못 받는다. 세종시 소재 대학의 졸업생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입장에서도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에 취업을 희망하는 지역인재에게는 도리어 맹점으로 작용한다. 지원자의 적성을 무시하고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평등성의 위배다.

지역인재의 효율적인 활용은 본사이전 지역 중심의 구도에서 벗어날 때 가능해질 수 있다. 지역의 범위를 광역 권역 별로 세분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지역인재 채용인원을 지역본부별 정원비율에 따라 안분할 경우 공공기관은 원하는 인재를 전국에서 골고루 뽑을 수 있다. 지역인재도 자신이 희망하는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에 지원이 가능해진다.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공공기관과 지역인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지역인재 확대가 조직의 안정을 해치는 뇌관으로 작용될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본사 이전지역 출신 직원이 늘어날 경우 그들만의 세력화가 우려된다. 학연과 지연의 폐해가 고개를 들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지역별, 학교별로 ‘신(新) 카스트 제도’가 형성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과거의 예로 봐서도 그럴 개연성은 다분하다. 노파심으로 흘려들을 게 아니라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예외가 원칙을 능가할 수 없다. 소수의 혜택을 위해 다수의 지나친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의 취지가 좋아도 공정한 경쟁 기회를 막을 수는 없다. 배려는 공정성을 훼손치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되는 게 맞다. 지역과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차별과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차제에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공공기관의 재량에 맡기는 과감한 발상 전환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알아서 처리할 일까지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일 수 있다. 자꾸 그러면 공공기관의 자율경영은 요원한 꿈에 그치고 만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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