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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트럼프발(發) 무역전쟁과 '3불(三不) 필승' 원칙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트럼프발(發) 무역전쟁과 '3불(三不) 필승' 원칙
  • 권의종
  • 승인 2018.03.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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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서명 임박속 文대통령의 커지는 고민..관세폭탄 위기, 손자병법 '선(先) 감정조절'로 이겨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 선언이 무역전쟁의 불씨를 댕기고 있다. 새 관세 계획의 설명을 담은 포고문(proclamation)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공식 서명이 임박했다. 당초 안대로 결정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로서는 막대한 타격이다. 미국으로부터 이미 세탁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당한 데 이어, 앞으로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으로 무역규제가 확산될 수 있어 우려가 더욱 크다. 

국제간 전면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이웃나라 중국에서의 전운이 심상치 않다. 세탁기와 태양광, 철강ㆍ알루미늄 등에 대한 수입규제로 연타를 당한 중국은 대두와 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준비 중이다. 여차하면 갖고 있는 미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내몰 비장의 카드마저 꺼내들 태세다.

유럽연합(EU)도 자못 비장하다. 강력대응 준비가 끝났다는 표정이다.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오렌지 주스, 청바지업체 리바이스에 대한 보복관세를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오렌지 주스 등도 보복관세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메시지로 응수한 상태다.

대미 철강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 역시 강경 모드다. 캐나다산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지면, 자국의 무역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한 조처를 강구할 거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미국 정부의 철강관세 다음 수순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개의치 않겠다는 단호함으로 맞서는 긴장 국면이다.

정면대응 금물.. 강대국간 싸움에 휘말릴 경우 더 큰 상처 입을 수 있어

‘미국 대 전 세계’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고민이 크지 않을 리 없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일지 모르나, 뾰족한 수가 없는 터라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동안은 정부의 표현대로 ‘아웃리치’ 활동을 펴온 게 고작이었다. 미국의 최종 결정 때까지 현지 정책 담당자 및 이해당사자를 접촉하고 설득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경제약소국으로서 취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보호무역의 강공에 맞서려면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힘을 합쳐 반미(反美)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강대국간 싸움에 휘말릴 경우 자칫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싸움에 휘말리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했는데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가 비슷하다보니 유탄을 맞은 형국일 수 있어 우리로서는 더욱 몸조심할 필요가 크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거대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EU 중 어느 누구도 적으로 돌릴 수 없다. 정면대결을 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24.8%, 미국 12.0%, EU 9.4%를 차지했다.

싸움에서 가장 힘든 게 감정의 조절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은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님을 강조한다. 군대를 움직이는 3가지 원칙으로, 이익이 없으면 군대를 움직이지 말라(非利不動), 위기상황이 아니면 싸우지 마라(非危不戰), 얻을 게 없으면 군대를 움직이지 마라(非得不用) 했다. 전쟁은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힘든 싸움일수록 감정을 조절하고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져 대처해야 한다는 필승의 지침이다.

일본의 대응 눈여겨봐야.. 실리위주 아베 정부의 대처, 타산지석 삼아야

세계 각국이 미국을 향해 앞 다퉈 보복의 감정을 분출시키는 상황에서 유독 진중했던 일본의 대응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 선언으로 결정적 일격을 당하고도 감정과 분노를 애써 삭이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대신 미국과 EU 등 관련국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는 물밑작업을 소리 없이 진행해온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당초에도 일본은 한국 중국 등 12개국에 대해서만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심 바랐다.  동맹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독일 등과 함께 관세폭탄 부과대상에서 빠지는 ‘예외국’ 처우를 노렸다. 행동거지가 거슬리고 얄밉긴 하나 실리에 기초한 아베 정부의 신중한 대처는 우리에게는 유용한 타산지석감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감정 기복이 심한 트럼프의 태도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최종 결정에서 ‘상황별 면제’라는 예외조항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제외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리스트에 포함될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대응이다. 철강에 대한 관세부과는 무역전쟁의 전초전에 불과할 수 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해 보호무역의 기조를 강화하고 철강 이외의 다른 품목으로 보복관세 대상을 확대할 소지도 크다. 수면 아래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 카드 또한 언제 꺼내들지 모른다. 제반 상황에 대비한 정부의 빈틈없는 준비와 대처가 긴요해지는 중요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대로 정부가 당당하게 대응하되 섣부른 대처는 삼가야 한다. 정면 대응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보다 조용한 설득과 협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향후에도 대외적으로 튀는 언행을 자제하고 내부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치밀하게 마련하는 게 정부가 취할 최선의 자세다. 무게 있는 무언(無言)이 웅변을 능가하고, 점잖은 무반응이 나름의 방책일 수 있다. 감정 조절은 대인관계를 넘어 국제관계에서도 승패의 열쇠가 되곤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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