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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산업은행, 어쩌다 이 지경까지..
아! 산업은행, 어쩌다 이 지경까지..
  • 정종석
  • 승인 2018.02.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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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의 한국GM 사태…이동걸 회장, '사즉생(死卽生)' 자세로 나서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산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의 하나였던 산업은행은 한 때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함께 금융권에서 선망의 직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잇단 비리와 추문으로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산업은행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구속되는 등 역대 산업은행장들의 ‘잔혹사’를 기록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동걸 현 행장을 포함해 최근 20여년 동안 산은을 이끌었던 은행장 10명 중 6명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불명예 퇴진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016년 이명박 정부 대한민국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왕(王)의 남자’로 불리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비리혐의로 끝내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강 전 행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같은 해 9월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구속을 피했지만 새 혐의가 추가되면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행장은 이 기간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업체에 대우조선해양이 자금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조선과 산은 자회사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의혹과 함께, 자신의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산은을 맡았던 홍기택 전 행장은 행방이 묘연하다. 홍 전 행장은 같은 해 10월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국정감사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장기 도피행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해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또 민유성 전 행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과정에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전 산업은행장들의 전력도 안타깝다. 2005년 12월부터 산은을 이끌었던 김창록 전 은행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1년 취임했던 정건용 전 행장은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고 산은이 발주하는 각종 컨설팅 업무를 특정 회사에 맡긴 것이 드러났다. 정 전 행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937만원을 선고받았다.

20여년 동안 산은 이끌었던 은행장 10명 중 6명 검찰조사 받거나 불명예 퇴진

엄낙용 전 행장은 2000년 산은의 수장이 됐지만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임기 8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1998년 산은을 맡은 이근영 전 행장은 같은 건으로 2003년 구속 기소됐다. 결국 2000년 6월 현대그룹에 5500억원의 불법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파국으로 치닫던 한국GM 사태가 정부와의 경영실사 합의 등으로 일단 한숨 돌리면서 산업은행으로 비판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은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산은은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로서 국민 세금이 투입된 한국GM 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철저히 해야 했다. 그러나 사실상 ‘방관자’나 다름없는 관리행태를 보였다.

사실 한국GM의 경영악화가 어제 오늘의 지적된 일이 아니다. 주요 원인은 미국 본사와의 불공정 거래 때문이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산은이 한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된 지난 9일 이사회만 하더라도 산은 사외이사 3명은 GM측의 비밀준수 요구를 이유로 정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는 공장 폐쇄 발표 전날인 12일 오후에서야 GM측의 통보를 받았다.

산은은 2016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실패나 최근 대우건설 매각 무산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대우건설에 앞서 금호타이어와 KDB생명 등도 줄줄이 매각에 실패하면서 과연 국책은행으로서의 전문성이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경제 시절, 경제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던 산은은 더 이상 국가관도, 전문성도 없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이야말로 산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룬다. 산은은 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나온 뒤에야 주주감사 청구권을 발동하고 실사에도 나서겠다며 뒤늦게 황급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태로는 큰 기대는 하기 힘들 전망이다.

경제발전 일익 담당했던 산은, 더 이상 국가관도, 전문성도 없는 기관으로 전락

경영 실사만 하더라도 지난 21일 원칙적 합의만 이뤄졌을 뿐 범위와 방법 등 세부 내용을 놓고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 산은은 오히려, 지분 17%을 가진 '소수 주주'로서 권리 행사와 경영 견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벌써부터 책임회피성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3월 2대 주주 자격으로 장부열람권을 행사하긴 했지만 영업기밀 등의 이유로 제대로 자료를 제출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국GM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성실한 협조를 추궁하며 측면 지원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후로도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현 사태를 자초하게 됐다. 장부열람권 문제만 하더라도 사측이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열람을 거부하면 법원을 통해 강제 절차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산은 무용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작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정부내 혼선이다. GM사태 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요 논의는 산은이나 금융위라고 산업부가 얘기한다. 기획재정부는 자세한 사항은 산업부와 산은이 한다고 말한다. 금융위는 담당이 산업부라고 얘기한다. 총리실에서는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능률적으로 대처하는 않는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은 떠맡았다가 책임질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각 부처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핑퐁을 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부와 관료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같이 TF를 구성했으면 손을 맞잡고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엉둥한 얘기를 하는 꼴이다. 이런 판국에 산은이 혼자 나서서 주도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보인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데 이 판국에 왜 산은이 책임지고 일을 떠맡고 나서겠느냐는 얘기다.

GM위기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사안이다. 그런데도 산은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산은의 각종 부실채권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소를 제대로 키울 수 있다. 학자출신인 이동걸 회장이 목숨을 걸어야 산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자세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전임자들처럼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불운을 피할 수 있다. 물러난 다음 처참한 운명이 되는 산은 회장의 흑역사는 이제 그만 끝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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