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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 취준생들과 '최저임금의 역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 취준생들과 '최저임금의 역설'
  • 권의종
  • 승인 2018.02.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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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갈 곳 없고, 기업 쓸 곳 없고, 정책 설 곳 없어..노사 간 합리적 이해조정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학 졸업시즌이다. 학교 별로 학위수여식이 열리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최대의 연례행사지만 실상은 가장 실속 없는 이벤트다. 상당수가 졸업식에 참석조차 꺼린다. 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는 현실이다. 취업도 못한 마당에 축하받을 입장이 못 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간, 재수, 군 입대, 졸업유예까지 도합 20년가량 공부하고도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한 처지가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굳이 책임을 논하자면 본인의 몫도 작지 않겠지만, 현실의 취업 문턱은 높기만 하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든 난제다. 그렇다고 공기업이나 대기업 취업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웬만한 자리면 달려가고 싶은 게 대다수 취준생의 솔직한 바램이다. 그런데 막상 중소기업에 가려다 보면 빈약한 임금 수준이 마음에 걸린다.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제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 돈으로는 지방에서 올라와 원룸 얻고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나면 남는 게 없다. 교통비, 휴대전화비, 옷값 등 필수 경비도 감당하기 힘들다. 저축이나 학자금대출 상환은 고사하고 자칫하면 빚만 늘기 십상이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힘이 들기는 기업도 다를 바 없다. 숙련도 낮은 직원에게 원하는 급여를 줄만큼 여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일손을 구하기도 힘든 구인난 속에서 해마다 치솟는 인건비 감당에 이미 허리가 휜 상태다. 제 날짜에 월급이 못나가는 달도 많다. 공정을 자동화하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생산시스템 이전을 고민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 당면한 경영여건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힘이 부친다. 현장 근로자의 최저시급을 맞추다 보면 관리직 급여도 올려줘야 한다. 최저임금 범위에 상여금, 수당 등이 포함되지 않다보니 실제 지불해야 하는 인건비는 더 올라간다. 신입직원을 뽑아 훈련시켜 일할 만하면 돈 더 주는 회사로 빈번하게 이직하는 상황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으로서도 신입직원 채용이 힘든 구조다.

한꺼번에 임금 올리면 일자리 줄어드는 '최저임금의 역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고용주 입장에서도 임금을 적절하게 올려주면 생산성도 오르고 근로자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한꺼번에 임금을 많이 올리려면 일자리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설'을 피할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동정책마저 겉 돌고 있다. 운영의 경직성이 정책 표류의 근본 원인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기세다. 부작용이나 현장의 불만 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가령 최저임금 보완책으로 나온 일자리안정자금 만해도 '병 주고 약 주고' 식이다. 중소기업의 경영부담 경감과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안내와 홍보, 장관과 자치단체장들의 길거리 세일에도 생각만큼 신청이 못 따라주고 있다.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보전을 위해 나오는 일자리안정자금보다 4대 보험료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근로자들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보험가입 자체를 대부분 꺼린다. 임금을 지급한 후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자금을 신청해야 하는 불편함도 걸림돌이다. 혜택보다 부담이 크고 절차마저 복잡한 제도가 외면 받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당장 고쳐야 하나 정부는 그러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정책 내용이 달라지면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럴수록 변명은 길어진다. 최저임금의 경우가 그렇다. 국무총리가 나서서 노동정책 추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인상속도에 대해 중소기업의 상황을 감안해 큰 틀에서 신축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상황에 따라 속도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하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분명치 않다. 언어의 성찬이나 행동의 부재다.

취준생-기업-정부, 상생의 해법은 이해와 양보.. 젊은이의 밝은 앞날이 한국경제의 희망찬 미래

취준생과 기업의 입장을 조화시킬 수 있는 주체는 그나마 정부 뿐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적절한 관계설정을 규정하여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게 노동정책 아닌가. 그런 점에서 정책의 적정한 속도조절과 함께 노사 간의 합리적인 이해 조정이 다급하다. 대기업 노조의 솔선수범 또한 긴요하다. ‘임금을 양보할 테니 고용을 늘려 달라’거나,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협력업체에 나눠주라’는 용단이 기대된다.

기업도 당면한 고통이 적지 않겠으나 근로자의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고용불안 해소에 적극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지불능력이 미약한 중소기업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용창출과 임금인상에 대한 협조가 절실하다. 취업준비생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임금이나 복리후생 수준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사업성이 유망한 기업에서 꿈을 펼치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처음부터 입에 맞는 떡은 구하기 어렵다.

취준생, 기업, 정부는 상호 대립적인 경제주체가 아니다. 모두들 자기 입장만 고집하면 접점이 생길 수 없다. ‘국민경제호(號)’에 동승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상황에서 이해와 양보 말고는 달리 해법이 없다. 일자리가 늘어야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어야 기업이 성장하고 경제도 발전한다. 젊은이의 밝은 앞날이 한국경제의 희망찬 미래나 다름없다. 아파도 청춘이 좋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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