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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오락가락 경제정책, 어쩌려고 이러나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오락가락 경제정책, 어쩌려고 이러나
  • 권의종
  • 승인 2018.01.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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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패 과오 인정 않는 아집은 더 큰 오류..자성하고 부처간 협업으로 정책 마련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이다. 실수가 너무 잦다.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소 폐쇄 추진’이라는 법무부장관의 초강수가 몇 시간 만에 번복되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규제 반대의 글에 수만 명이 순식간에 몰리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나섰다.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부처 간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긴급 진화였다. 장관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일순 폭락으로 치달았다.

투기는 철저히 잡되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처방이 그간 수도 없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했다. 귀담아 듣기는커녕 처음부터 규제일변도의 강공으로 몰아붙였다. 법무부가 후폭풍을 예상치 못했다면 진정 무모한 ‘헛발질’이고, 청와대 말대로 관련부처와 협의도 없이 설익은 대책을 공개한 거라면 정녕 조급한 ‘엇박자’다. 혼선은 이게 다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8개월간 빚어진 무리수 정책은 이 말고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작년 말 교육부는 전국 5만여 개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을 올해부터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저소득층 자녀가 저렴한 방과후 수업을 통해 원어민 영어를 접할 기회를 봉쇄해 값비싼 학원에 가야되겠느냐는 항의에 정부는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더니 또 며칠이 못가 금지 여부를 처음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발표가 등장했다. 가히 신출귀몰의 재주다.

올 9월부터 5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 정책 또한 적지 않은 혼선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 상위 10% 가구는 제외하기로 합의한 사안을 어느 날 갑자기 보건복지부장관이 “모두에게 다 주도록 하겠다”고 뒤집고 나섰다. 우왕좌왕, 중구난방 행보의 전형이다
  
우왕좌왕-중구난방 행보..새 정부 출범 후 연이은 무리수 정책으로 혼란과 부작용 잇따라

물론 완벽한 정책은 없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에도 완전무결이란 존재치 않는다. 다만, 정책이 현실에 부합치 못하거나 혼란과 부작용이 생기면 재검토나 방향전환이 즉각 이루어지는 게 상식이다. 정책은 자존심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좋은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정책실패의 과오를 인정치 않으려는 아집은 더 큰 오류다.

가상화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새다. 부처 간 협의나 입장조율도 거치지 않고 장관들이 경쟁적으로 입장을 공개함으로써 혼선만 가중시키는 상황이 여전하다.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는 살아있는 옵션이다.”라고 장담하는가 하면, 금융위원장은 “욕을 먹더라도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는 호언을 서슴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또한 “문제 있는 거래소의 모태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으름장이다.

일견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의 카드가 관철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처럼 보인다. 악화된 여론을 피해 일단 주춤하고는 있지만 정책기조는 바꿀 용의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애당초 있지도 않은 실수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게 정부의 진정한 속마음일지도 모른다.

정책은 미래지향적이어야..정부, 조급해 하지 말고 거시적 안목서 시장친화적 정책 내놓아야

교육부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도 교육 현실에 어두운 관료들이 밀어붙인 탁상공론의 결과다. 느닷없는 평지풍파를 일으켜놓고도 후회하거나 뉘우치는 기색이 조금도 없다. 그러고도 하는 말이 조기 영어교육을 지양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당초 발표했던 내용을 나중에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철회하겠다는 것인지 학부모로서는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아동수당에 관한 정책 번복 또한 정부가 저지른 또 다른 에러다. 그러려면 무엇 때문에 애당초 국회와 사전협의까지 거쳤는지. 여당조차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나서자, 보건복지부장관이 여당 원내대표에 전화를 걸어 "국회 합의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해명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한다. 정작 국민들에게는 전후 사정에 대한 일언반구조차 없다.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면 더 좋은 게 아니냐는 식의 지극히 편리한 발상일 수 있다.

정책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미래의 바람직한 사회를 목표로 해야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에 그칠 수 없다. 조급해 하지 말고 거시적 안목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가령 투기판으로 변질된 가상화폐 거래나 폭등하는 강남 집값을 다잡기 위해 대증요법적 단기 처방에 치중했다간 역기능만 불거질 수 있다. 투기거래 규제와 블록체인기술 활용, 국민다수의 주거안정 등의 공적 목표의 극대화는 도모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이를 현실로 목도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경제현상에 대한 정책마련은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그럴수록 다양한 지식, 정보, 역량 등을 총 결집하는 협업시스템이 바람직하다.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예상 가능한 제반 역기능까지 세밀히 탐색하는 정성과 수고도 긴요하다. 형식적인 TF 구성의 차원을 넘어 정부 부처들이 서로 몸으로 부대끼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각자의 우물에 빠져 그 우물 속에서 보이는 하늘만 고집한다면 양질의 정책이 나올 리 없다. 개선은 반성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집하면 현재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잘못을 인정해야 활로가 보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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