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 보험'의 겉과 속
'저축성 보험'의 겉과 속
  • 조연행
  • 승인 2018.01.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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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과 보험은 양립 불가능..소비자들의 보험상품 가입에 혼란

[조연행 칼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전’ 심리가 강하다. 보험을 들어도 나중에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만기환급형 상품을 선호한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파고들어 ‘일석이조’라며 ‘저축도 하고 보장도 받는’ 보험료가 비싼 만기환급형 상품을 많이 팔았다. 보험사 처지에서는 수입보험료 규모가 커야 수당을 많이 줄 수 있고, 그 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지어 투자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 결과 소비자 인식에 보험도 ‘저축성’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버렸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 기획재정부의 용역을 받아 ‘가구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구당 무려 11.8개의 보험을 가입했고, 매월 내는 보험료가 약 103만4000원으로 가구소득의 18%나 차지했다. 보험을 위험보장 목적이 아닌 저축 내지 목돈마련 수단으로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사가구의 43%가 보험 상품을 저축이나 목돈마련 수단으로 택하고 있었다. 더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재해보장성보험도 노후자금마련이나 목돈마련저축수단으로 가입했다는 소비자가 16%나 되었다.

그렇기에 가계의 경제적인 능력보다 많은 보험료를 지출하는 것이다. 결국, 보험을 본래의 위험보장 목적보다는 저축이나 목돈마련 목적으로 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시중금리가 2%대 내외, 보험의 저축성 상품이라고 하는 것도 공시이율 등 부리이율이 높아야 2%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보험료 대비 10% 내외의 사업비를 감안하면 보험상품은 저축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음에도 소비자들은 아직도 보험 상품으로 ‘저축을 한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상품을 저축성 상품이라 믿고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장을 바탕으로 하고 단지 보험금이 투자실적에 따라 변동하는 변액종신보험과 변액유니버셜보험, 변액CI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보험회사가 ‘투자형 상품’으로 과장해서 팔고, 소비자들도 ‘투자형 상품’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장 목적은 그대로이고 보험금이 변동하는 상품구조만 다를 뿐 가입 목적은 동일함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변액보험’ 하면 투자상품 또는 목돈마련 상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비합리적인 보험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보험의 본래 기능은 ‘위험보장’이다. 과거 고금리 시절 정부가 저축증대를 위해 보험상품을 저축수단으로 인정하고 장려한 결과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도 ‘저축성 보험’이라는 개념이 깊이 박혀버렸다. 하지만 보장의 본래 목적과 초저금리시대를 감안하면 ‘저축성 보험’이란 용어는 ‘저축’이라는 개념과 ‘보험’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을 결합시킨 모순된 단어의 조합으로 사라져야 할 구태적 단어이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수많은 보험민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나 업계 스스로가 강제적으로라도 없애야 할 용어이다.

소비자들도 보험의 본래 목적이 ‘보장’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보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위험 보장 상품을 ‘저축한다’며 가입하고, 친척이나 친구가 권유해 마지못해 가입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불황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데, 저축한다며 보험을 드는 우매한 비합리적 소비행동은 멈춰야 한다.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는‘ 상품은 절대로 없다. 단지 상품을 팔기 위한 화법일 뿐, 보험 상품에 '저축성 보험'은 없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약력>

조 연 행 / 이메일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회장(현재)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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