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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틀딱'이라 비하말고 실버세대 선점하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틀딱'이라 비하말고 실버세대 선점하라
  • 권의종
  • 승인 2018.01.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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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은 큰 업적, 노년기 걸작이 대부분..소비의 ‘큰손’ 시니어 불러내야 경제-기업 산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나이가 들면 심신이 불편해진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기억력, 창의성, 인지력,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소득도 예전만 못하다보니 대인관계나 사회활동도 움츠려든다. 배우자나 자식들 관심도 뜸하게 느껴진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삐진다. 삶이 삭막하고 황량하다. 목욕을 자주 하는데도 늙은이 냄새난다고 손자들조차 피하려는 낌새다.

사회적 시선도 차갑다. 무임승차 처지라 지하철을 타도 경로우대석 근처에 머물곤 한다. 근자에 와서 알았지만, 노인 세대를 ‘틀딱’, ‘틀딱충(蟲)이라 부른다는 풍문이다. 틀니를 끼고 지껄이는 소리가 딱딱거린다 해서 생긴 말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인을 벌레에 비유하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는 짓들이다. 저희들은 늙지 않는 줄 아나보다.

말 나온 김에 하는 얘기지만, 역사에 남는 업적의 35%는 60~70대에 의해 이루어졌다. 23%는 70~80세 노인에 의해, 6%는 80대에 의해 성취되었을 정도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최대 역작을 72세에 썼고,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은 고희의 나이를 넘겨 불후의 명곡을 남겼고, 바흐, 베토벤 또한 노년에 대표작을 작곡했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도 82세 때였다.

평균 수명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자는 85.4세, 남자는 79.3세로서 평균 82.4세라는 통계청 발표지만, 인간 수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 두 번째로 고령자 비율이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비 주도세력, 고령층으로 이동..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실버 이코노미(Silver Economy) 시대

노후 삶의 질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니어가 갖는 선택의 폭은 젊은이 못지않게 넓고  다양할 수 있다. 향후 소비의 주도세력이 고령층으로 옮겨지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가 일상의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거대한 실버 이코노미(Silver Economy)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당장 2020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비력이 1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깃층을 압도하는 규모다. 현재 일본만 하더라도 전체 소비의 50% 이상이 60세 이상 가구로부터 나오고 있고, 미국 역시 전체 소비의 60% 정도가 50세 이상으로부터 창출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사정도 다를 리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시니어시장 규모는 116조 원에 달할 거라는 추산이다. 지금까지의 고령화 속도와 추세로 감안할 때 그 크기가 빠르게 커질 게 분명해 보인다. 구매력도 한층 더 탄탄하다. 국내 인구의 35.3%를 차지하는 50세 이상 시니어 계층이 전체 개인자산의 61%를 보유하고 있다. 연평균 소비 지출액은 2,703만원으로 전체 평균에 비해 400만 원가량 더 많다.

특히 1955~1963년생 연령계층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당장 소비시장을 견인할 차세대로 지목된다. 대략 710여만 명,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인구비중, 소득과 자산 규모, 소비경험, 지출의향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이 보유하는 소비여력은 월등한 편이다. 절대빈곤의 선배 세대들과는 사정이 판이하다.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은퇴 후에도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고, 소비와 여가를 즐기며 사회활동에서도 왕성한 참여가 예상된다. 신제품이나 유행을 수용하는데도 거리낌이 없고,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시하는 경향 또한 높다는 평가다.

노년세대는 새 개념의 ‘틀딱충’(니즈의 '틀'에 '딱' 맞으면 '충'성고객 된다)..시니어 소비자 이해해야

노년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먼저 눈뜬 나라는 일본이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심한 진통을 겪으면서 '실버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비교적 빨리 연 나라다. 국채 등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고령임에도 빚이 없고 주택을 소유하는 소위 '노인 귀족'이 향후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일본 기업들은 고령화 세대를 주목하고 이들을 위한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노인용품은 물론 식품, 헬스케어, 의료, 주택, 의류, 복지 등 전 산업에 걸쳐 중년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서비스로 시니어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쏟았다. 내수시장 장악을 넘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연유다.

국내에서도 발 빠른 유통업계와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실버시장 진출이 눈에 뛴다. 몇몇 선도적 기업을 필두로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은 푸드업계, 생활용품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된 현상에 불과하다. 노인용품, 안전기구 등의 경우 오히려 국내수요의 상당부분이 일본산이나 중국제품으로 채워지는 형국이다.

고령화를 단순히 수명연장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여기에도 분명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공존하지만,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새롭고 강력한 소비계층 부상의 시그널로 알아채는 선견지명이 더 없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래 소비시장의 유망 주역은 시니어들이다. 이들을 불러내야 경제도 살고 기업도 살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 세대는 일반 고객에 비해 기호(嗜好)가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억지로 말을 만들어 표현하면, 일단 니즈(수요층)의 ‘틀’에 ‘딱’ 맞으면 ‘충’성고객이 되는 ‘틀딱충’들이다. 그렇다고 이를 호칭으로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시니어 소비자를 이해하는데만 써먹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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