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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과 '모피아' 최종구의 운명
금융개혁과 '모피아' 최종구의 운명
  • 정종석
  • 승인 2018.01.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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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출신 崔 금융위원장, '셋방살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모피아(Mofia)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 :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재무부 출신의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세력을 구축한다. MOF와 마피아의 발음이 비슷해 마피아에 빗대어 부르는 모피아라는 말이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당국 사령탑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관가에서 '흙수저 모피아'로 불린다. 그의 강온양면 유연한 리더십은 1982년 공직입문 이래 관가의 대표적 '흙수저'로 36년간 겪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그가 공직생활 대부분을 보낸 곳은 재정경제부 이재국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이다.이들 부서들은 엘리트가 즐비한 정부 경제부처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들이 모인 곳이다.

행정고시 합격 후 그는 육군 102보충대에서 훈련을 받고 102보충대에서 소위 '돈 없고 빽(배경의 속어) 없는' 이들만 간다는 강원도 홍천 11사단, 일명 '젓가락부대'로 배치된다. 보직은 중화기중대 박격포병. 육군 현역병 사이에서 드물게 명문대(고려대 무역학과) 출신이자 고시합격자에 대한 ‘특별대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흙수저 모피아’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물망에 오르던 기재부 1차관 등극이 좌절된다.

준관료 격인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생활도 잠시였다. 후배(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가 금융감독원장으로 오면서 야인생활을 한다. 1년가량 공백기를 거쳐 SGI서울보증 대표로 선임됐다.이어 뜻하지 않게 공직자 대열에 재합류하게 된 것은 수출입은행장이 되면서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어 금융위원장에 오른 그를 보면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만큼 우여곡절과 인생부침을 겪으며 대망의 금융당국 수장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금융위원장이 되고서 벌어지는 느낌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둘러싸고 몇 차례 미묘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해 말 문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이 송년 만찬을 할 때 최 위원장이 불참한 것을 두고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새해 첫 현장방문인 대우조선 거제조선소에서도 최 위원장이 늦게 합류하자 "금융이 빠져서는 일이 안된다"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文 대통령 집권 후 '적폐청산' 목소리 높아..유독 금융위-금융분야만 기득권서 못 벗어나

문 대통령 집권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른바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유독 금융위원회와 금융분야가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도 금융부문이 정권교체 이후 가장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금융개혁 분야는 정권교체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의 한 소장 의원도 금융혁신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는 최종구 위원장 등 금융위의 태도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일련의 금융개혁을 거부하는 최 위원장에 대해서 "지금 쯤 대통령께서 (임명을) 후회하고 계실 지도 모른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 정권이 바뀌면 장관들을 여당이 옹호하고 야당이 공격하는 법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도 국회 정무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전히 야당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문제 같은 현안에 대해서 여당이 적극대처를 주문하며 최 위원장을 공격하는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그를 방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개혁성향의 소장파 여당의원들은 금융개혁을 거부하는 최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서 “국회 정무위에서만큼은 정권교체를 전혀 실감치 못한다”고 분노에 가까운 불만을 표출한다.

이들은 최 위원장으로서는 금융개혁을 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마치 경질을 촉구하는 연판장이라도 돌릴 태세다.‘흙수저’ 출신인 최종구 위원장이 이처럼 여당의원들이 ‘안주감’이 됐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흙수저 출신이라면 서민과 친화하고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다면 그가 여당의원들로부터 반개혁적인 금융위원장으로 ‘지탄’을 받는 이유를 혹시라도 ‘모피아’본성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 2012년 12월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재무부와 금융위 출신 경제관료들을 지칭하는 ‘모피아’를 제목으로 하는 첫 장편소설을 썼다. ‘모피아’는 2014년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모피아’들에게 국가권력을 빼앗기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미래 가상소설이다.책 ‘모피아’의 저자인 우 교수는 “경제정책 중 모피아가 개입하는 것들은 단건이라도 10조원 단위로 움직인다”며 “사람들이 1조원, 2조원 움직일 때는 눈에 불을 켜고 보지만 10조원이 넘어가는 복잡한 문제가 되면 눈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민주정부를 두 번이나 거쳤지만 경제적으로 민주화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모피아를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박정희 군부시절 고도성장을 위해 정부주도 경제계획을 주도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가졌던 재무부 세력들이다.지금은 사라지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책 모피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재무-금융관료들은 국가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통제하는 세력이다. 뒤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작전들을 수행하고 대통령을 압박하여 식물대통령을 만들어가 가는 과정과 대통령은 그런 모피아를 상대로 자신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정치적인 힘겨루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모피아’란 책을 보면 어떤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통령 의지 만으로는 정책을 실현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崔 위원장, 지금처럼 금융개혁 놓고 좌고우면하다가 반개혁적인 각료로 중도하차할 수도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적 설치 같은 대선공약이 금융위의 반대로 마냥 표류하고 있다. 이 기구가 신설되면 금융위의 밥그릇이 줄어드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4년 동안 추진했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근본적인 배경에 모피아들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반대와 저항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책 모피아에서는 우리나라 합법적인 최고 권력기구인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존재, 그들을 모피아라고 부른다.

최 위원장은 ‘흙수저’ 출신답게 서울 구로구 개봉동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지금은 서울 송파구 중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 30여년 동안의 관료생활을 거쳐서 대망의 금융위원장에 오른 그가 혼자서 단기필마(單騎匹馬)로 각종 금융개혁에 앞장서기가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자신이 속한 모피아(옛 재무부+모피아의 합성어)와 금피아(금융위와 마피아의 합성어)야 말로 한 목표를 놓고 똘똘 뭉쳐서 움직이는 끈끈한 상명하복의 조직인 탓이다. 모피아 인맥으로 엮인 기재부와 금융위 조직에서 혼자서만 개혁을 외쳐봐야 조직이 따라오지 않는다는걸 그가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서 터득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필자는 그가 이대로 개혁을 거부하는 금융위원장으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잠시 살려고 하다가 영원히 죽기보다는,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YS 어록)’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길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최 위원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행시합격 후 초임 사무관 시절 청운의 꿈을 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당시 셋방살이를 하면서 재무관료로서 순수하게 경세제민(經世濟民)하려는 의지를 살리라는 뜻이다. 

그는 지난 해 6월 지명소감을 묻는 질문에 "주변 관심이 너무 과해서 부끄러워하고 있다"며 "국민과 시장에 최고의 정책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렇다면 이 말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금융개혁안을 놓고 좌고우면하다가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자칫 반개혁적인 각료로 몰려서 중도하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성신퇴(功成身退)라는 말이 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유래한다. “금은보화가 집에 넘쳐나 그것을 지키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부귀해지려는 마음에 교만하여 욕심을 부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는 것이다. 공을 이루면 몸소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 최 위원장이 한번씩 되새겨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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