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혼신의 투혼으로 승부하는 기업가정신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혼신의 투혼으로 승부하는 기업가정신
  • 권의종
  • 승인 2017.12.1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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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회생 프로그램 가동..회생절차 허와 실 있지만 '아름다운 재기' 고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업하기 좋은 세상이다. 기업지원 제도만 놓고 보면 한국만한 나라도 드물다. 중소기업 지원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는 평가다. 정부 조직에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가며 기업을 돕는 국가가 많지 않다. 창업, 금융, 투자, 조세, 행정, 기술, R&D,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기업을 보살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정부 지원은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기업 형편이 어려워질 때도 도움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기업회생절차가 그런 제도 중의 하나다. 사업성은 있으나 부채가 과도하여 경영이 힘들어진 기업에게 재기의 기회를 터주는 절차다. 법정관리를 개칭한 이름이다. 사업을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과잉투자나 금융사고 등의 문제로 부채를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경우 기업은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다.

채무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법원은 사업을 계속할 경우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경우의 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되면 회생계획안을 제출받아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인가 후 채무가 변제되면 법원은 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하는 구조다.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제도다. 이만하면 ‘대한민국’이라 쓰고 ‘기업천국’으로 읽을 만하다.

대한민국, 이만하면 ‘기업천국’.. 좋은 제도, 악용해선 안 돼. 

기업에도 문제가 많다. 개중에는 좋은 취지의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 군상이 적지 않다. 일부 기업인들의 잘못된 경영행태는 여전히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좋은 머리를 나쁜 곳에 쓰는 사람들이다. 분명 옥에 티다.

예전에는 경영환경이 불리하게 전개되거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 어느 날 갑자기 고의 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회생이 가능함에도 중도에 사업을 접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구태여 힘들게 사업을 꾸려가기 보다는 적당히 ‘챙기고’ 그만두는 게 현명하다는 범죄적인 자기계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기업회생제도 활용이 늘면서 부도 기업인이 도주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업을 그대로 경영하면서도 채무를 탕감 받을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열렸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의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 경영을 맡기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DIP)’가 도입된 덕택이다. 은행 대출금이나 거래처 외상매입금을 탕감 받거나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털고 기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설비, 종업원, 거래처 등의 자산은 그대로 승계하면서도 부채는 감면을 받음으로써 가볍게 기업을 꾸려갈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생긴 원가우위(cost advantage)를 무기로 저가공세를 펼 경우 시장질서가 붕괴되고 정상적 기업들이 도리어 타격을 입는 어이없는 일까지 야기된다.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거나 정리계획안대로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인이 문제다. 일부 기업주는 가족이나 친지 명의로 은밀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신설 기업 쪽으로 교묘히 빼돌리는 편법을 서슴지 않는다. 금융비용이나 외상매출금의 상환부담 감소로 생긴 여유자금은 회생채무 상환재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적당한 시점에 기존 회사를 슬며시 폐업하고 그동안 쌓인 수익금으로 새로 만든 회사를 운영한다. 부채가 없는 재무구조 우량기업을 탄생시킨다. 몰염치한 도덕적 해이다.

쓰러져도 현장에서.. ‘도망은 가지 말라’, ‘정부가 돕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기업인들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주위의 부추김도 적지 않다. 수임료에 목마른 분별없는 변호사들이 가만히 있는 기업을 상대로 회생절차 신청을 들쑤신다. 전문 브로커들이 기업 주변을 맴돌며 먹잇감 기업사냥에 나선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홍보 전단지를 뿌려대는 장본인들이다.

법원의 심사절차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회생계획안을 심사할 때 개별 기업의 사업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보다는 형식적인 서류심사에 치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회생절차 신청업체가 폭주하다 보니 조사위원의 보고서에 표기된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평면 비교하는 선에서 인가 여부가 마무리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업이다. 노력해도 여건이 맞지 않고 운이 닿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게 또한 기업이다. 그렇더라도 정부, 금융기관, 거래처들로부터 막대한 도움을 받으며 종업원들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공기(公器)인 기업을 꾸려가는 경영자들은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국가와 이웃에 치명타를 날리면서까지 지원제도를 악용하는 일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

쓰러져도 청춘을 바쳐 일궈온 기업에서 쓰러지는 기백이 요구된다. 산악인 고(故) 박영석은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후 이런 말을 남겼다. “실패는 자주 해야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실패해야 합니다.” “도전이 무서운 게 아니라 도전을 두려워하는 것이 진짜 무서운 겁니다.”

전환기 한국경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투혼의 기업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회생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글로벌 전장(戰場)의 전면에서 혼신의 노력으로 정면 승부하는 아름다운 재기를 고대하고 있다. “김 사장님, 박 회장님, 다들 힘내세요. 정부가 있잖아요.”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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