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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력, ‘모피아’보다 더 센 곳은 ‘금피아’
금융권력, ‘모피아’보다 더 센 곳은 ‘금피아’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11.2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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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예산 통제권 장악 시도한 기재부 '무릎'..금융위 일단 '밥그릇' 지켰으나 '불씨' 여전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방만경영' 통제의 일환으로 금융감독원의 주된 예산인 감독분담금을 준(準)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지정하려는 법안 심사가 잠정 연기됐다. 법 개정안이 안건에 상정되지 않은 것은 금융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개정안 심사 보류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배경에는 금융위가 기획재정부에 적극적으로 맞서 개정안 상정을 보류시킨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두 부처간의 ‘밥그릇 다툼’으로 비춰진 이번 대결에서 현재 금융권력을 담당하는 금피아(금융위+마피아의 합성어)가 과거 금융권력인 모피아(옛 재무부+모피아의 합성어) 세력과의 전초전에서 이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의 감독분담금을 기획재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법안이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의 중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장 불씨는 꺼졌지만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감원의 감독기구 구조개편 논의가 자리하고 있다.

감독분담금이란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하면서 들어가는 경비를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돈이다. 올해 2921억원으로 금감원 예산의 80%를 차지한다. 그동안 금융위가 통제했다.

감독분담금의 부담금 전환 논의 감사원 감사 결과서 촉발..김동연 경제부총리 "검토"발언으로 공세

감독분담금의 부담금 전환 논의는 지난 9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촉발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상위 직급과 국외 사무소 등을 과다하게 운영, 이는 감독분담금 징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분담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부담금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분담금 전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반발했다. 감독분담금은 금융사 검사에 대한 '대가성(수수료)' 성격을 갖고 있어 '비대가성'이 핵심인 부담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에 더해 기재부까지 금감원을 통제할 경우 독립성과 중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9월 감사원이 금감원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면서 “감독분담금을 정부가 관리하는 ‘부담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라”고 통보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독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지정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감독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지정되면 금감원의 예산 승인권이 금융위에서 기재부로 넘어간다. 현재는 금융위가 예산을 정하면 금감원이 각 금융사로부터 분담금을 받고 있다. 예산 운용계획도 매년 기재부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금감원 예산 통제권을 금융위가 가져가느냐,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느냐 문제다. 부처 간의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인 셈이다.

관할 영역을 빼앗기게 생긴 금융위는 즉각 국회 정무위원회에 반대 의견을 냈고, 정무위도 공식적으로 기재위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거론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와 맞닿아 있다고 해석한다. 최근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감독기구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재부가 금융위의 금감원 예산 통제권부터 가져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란 풀이가 나왔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사실상 금융위 해체하자는 뜻.. 금융감독기구 개편 놓고 기재부·금융위 간 알력다툼 시작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사실상 금융위를 해체하자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를 합쳐 재정경제부로 만들고 감독기능은 금감원 혼자 맡게 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향후 정부조직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분리 검토’라고 발표하면서 수면 아래로 잦아든 상태였다.

김 의원의 발의를 두고도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이 (기재부의) 주문을 받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 관료 출신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심사 법안이 워낙 많은데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논의 순서가 안 돼 오늘 못했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새로운 법안인 만큼 연내 첫 심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결국 늦어도 내년에는 논의를 시작할 금융감독기구 개편에서 기재부·금융위 간에 알력다툼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국회논의를 놓고 두 부처 간에 실력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권력의 양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재부와 금융위가 서로의존립과 영역확장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시작한 느낌”이라며 “지금은 일단 금융위가 웃고 있지만 앞으로 기재부가 반격을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감독기구 개편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분담금의 부담금 전환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추후 개정안이 안건에 상정되더라도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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