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약(藥) 주고 병(病) 주는’ 연금저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약(藥) 주고 병(病) 주는’ 연금저축
  • 권의종
  • 승인 2017.11.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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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 수익성과 안전성 확보..소비자 울리는 일 더 이상 없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연말이 가까워 오면 근로소득자들은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다만 얼마라도 세금을 돌려받거나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신경을 곧추세운다. 이 때 빠지지 않고 추천되는 금융상품이 연금저축이다. 연금 기능에다 소득공제 혜택도 있어 대표적인 노후대비 절세상품으로 꼽힌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판매되며 최소 5년 이상 납입하고 만55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연간 납입금액 400만 원을 한도로 지방소득세 포함 13.2% 내지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종합소득금액 1억 원 초과 또는 근로소득 1억 2000만 원 초과인 자는 납입금액 300만 원 한도에서 세액공제를 받는다. 퇴직연금 계좌를 합산할 경우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700만 원까지 공제해준다. 가령 연간 납입액 한도 400만 원을 불입할 경우 60만 원까지, 지방세 10%까지 합하면 최대 66만 원까지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이 갖는 다양한 강점을 내 세운 금융회사의 맹렬한 판촉활동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연금저축 가입자는 556만 5000명에 달했다. 전체 근로소득자의 32.1%가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연금저축 적립금도 지난해 말 기준 118조 원을 기록했다. 금융공급자나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인기 상품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만기에 가서 연금 받을 때 상황이 급반전된다. 느닷없이 연금수령액에 소득세가 부과되는 일이 벌어진다. 연령별로 차등 부과되어, 지방세를 포함하여 만55세 이상은 5.5%, 만70세 이상은 4.4%, 만80세 이상은 3.3%의 세율이다. 물론 관련 세법에 따라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절세 상품으로만 알았던 연금저축이 만기 수령 시 세금이 무겁게 매겨지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느끼는 황당함은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마도 상당수는 상품에 가입조차 안 했을 것이다. 일단 팔고보자는 금융회사의 소행이 못내 괘씸스럽다.

납세의무 부담 당연하나, 상품 가입 시 과세 사실 알리지 않는 금융회사 소행이 괘씸

더구나 세율은 연금수령 총액, 즉 원금과 운용수익을 합한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이자소득세 처럼 이자에만 붙는 게 아니라 가입자가 낸 돈에도 다시 세금이 붙는 구조다. 연금소득세율 5.5%를 이자소득세율 15.4%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에는 운용수익이 높지 않아 정부에 내는 세금, 방카슈랑스 판매 은행이나 보험설계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보험사의 몫인 사업비를 빼고 나면 실제 연금수령액이 그간 납입한 보험료보다도 적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즉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가입 당시에는 상당한 이득을 보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 가면 밑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세율이 무려 6~38%나 되는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어 세금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쯤 되면 세금을 아끼는 ‘절세(節稅)’가 아니라, 도둑맞는 ‘절세(竊稅)’ 상품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금융회사가 연금저축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 사항들을 누락했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오인에 이르게 하는 불완전판매로 단정 짓기도 어렵다. 금융회사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상품 구매를 권유하거나 상품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 즉 고객이 부담하게 되는 비용과 위험요인과 같은 필수 사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상품 정보만 설명하면 그만이지 구태여 조세 정보까지 알려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들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 은행, 보험사, 판매직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동책임 무책임‘이 된다.

젊은 시절 과세가 노후 납부로 미뤄져.. 노년층 재산가치 감소 부채질

현실적으로 금융회사가 권리 위에 잠자는 고객들까지 깨워 관련 사항을 일일이 설명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금소득세의 납세 주체가 금융역량이 취약한 노년층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의 문제를 금융회사 책임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정보와 교섭력의 열위로 인해 금융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불공정거래로 몰아 금융회사를 다그치기란 더더욱 힘들다.

연금수령 노인층의 대다수는 고율의 세금 부과나 상당 금액의 수수료 등이 공제되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연금저축에 가입 중인 젊은 세대나 심지어 이를 판매하는 금융회사 직원들마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조세부담 능력의 측면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세금은 소득활동이 왕성할 때 더 내고 소득수준이 열악할 때 덜 내는 게 조세 정의나 납세 형평에 부합된다. 더구나 연금저축은 노후 보장을 위해 설계된 저축상품인데도 실제 운영은 거꾸로다. 젊은 시절의 과세가 노후 납부로 미뤄짐에 따라 노년층 재산가치 감소를 부채질하는 격이다. 차라리 연금보험처럼 가입할 때 세제 혜택이 없더라도 연금수령 시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연금저축 설계 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예상 수익, 세율, 수수료, 사업비 등 제반 수익 및 비용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의 수익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찾아내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약(藥) 주고 병(病) 주는’ 식의 상품으로 금융소비자를 울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때는 바야흐로 금융소비자의 시대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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