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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불황…스스로 자초?
증권업계 불황…스스로 자초?
  • 부종일 기자
  • 승인 2012.08.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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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거래량만 보고 소비자는 안 보고

주식거래량 감소로 증권업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이 붕괴되면서 증권업계의 산업개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1800선 붕괴는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value Ratio)이 1배를 밑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가격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에서 구체적인 시장 안정책이 나오지 않자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840선까지 후퇴했다. 게다가 스페인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그리스 9월 위기설도 대두되면서 국내 증시로의 충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증권업계는 업황침체는 물론 실적악화와 함께 수익기반마저 한계에 봉착하면서 지점 축소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 거래대금이 최소 6조5000억∼7조 원이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지난 4월부터 4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에 거래대금이 말라 자기자본을 까먹음으로써 적자경영을 하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이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증권업계에서도 M&A 큰 장이 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구조조정은 조직개편, 지점축소 등을 통한 비용절감, 인원감축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초부터 증권사들은 수익개선을 위해 조직개편에 나섰고 현재 지점축소 단계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연초 112개 지점을 99개로 줄였고, 오는 9월 다시 20개 지점까지 통합할 예정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최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 자산관리어플리케이션 등으로 고객들이 직접거래를 하는 추세"라며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지만 지점을 줄이고 대형화해서 통합점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증권업계에 패색이 짙어진 것은 그동안 경영의 중심에 소비자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밀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를 봐도 일단 계약을 하면 수수료 부담으로 해지를 선뜻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많이 권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증권사는 유행에 따라 백화점식으로 상품을 팔며 전문성 제고 보다는 수수료 챙기기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서서히 소비자들은 눈치를 챘다.

또한 자본시장법에는 투자자의 정보를 파악해 일반 투자자인지 전문투자자인지를 확인한 후 그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비교적 안전하고 수익이 높은 상품이 나왔다'고 광고하는 식이다.

이러니 불완전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증권사가) 판매권유를 했고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며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돌리지 말고 일정 부분의 손실을 증권사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은 판단도 고객이 내리고 손실도 고객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라며 "단지 증권회사가 정당하게 설명을 하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권분야는) 은행, 보험 등과 달리 원금손실이 많다"며 "자본시장법에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조항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얼마전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은 펀드수가 1만4개로 펀드 난립 세계1위국이다.

펀드가 많아졌다는 것은 수수료와 거래량만을 바라보고 신규 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가뜩이나 수출주도 경제로 내수가 부진하고 세계경제 충격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경제체질을 가진 상황에서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불확실성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펀드가 가장 많다는 것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증권업계 불황의 본질적인 문제는 실적 위주의 경영에서 비롯된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돈 벌이에 앞서 철학의 부재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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