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8:10 (금)
'세상에 이런 일이'…소수점 잘못 찍어 15초에 100억 날려
'세상에 이런 일이'…소수점 잘못 찍어 15초에 100억 날려
  • 금융팀 기자
  • 승인 2012.08.03 10:45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수인 줄 알면서 파생상품 계약했다면 취소 가능"

증권사 직원이 파생상품 매수주문을 내면서 가격란에 소수점을 잘못 찍어 순식간에 120억 원의 손해를 본 사실이 재판을 통해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직원 A씨는 2010년 2월 캐나다왕립은행으로부터 미국 달러화 선물 스프레드 거래를 위탁받고는 한국거래소 단말기를 작동하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던 A씨는 매수주문 가격란에 예정 가격인 `0.80원'을 쳐서 넣는다는 것이 그만 `80원'을 입력하고 말았다.

달러화 선물 스프레드 거래는 달러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여기서 무려 100배나 비싼 예정가로 매수주문을 불렀으니 매매상황에 온통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던 다른 증권맨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주문이 나온 지 불과 15초 만에 D증권 등 여러 곳에서 매도주문이 쏟아져 들어왔고, 순식간에 1만5천 계약이 체결돼 버렸다.

A씨의 한순간 실수로 미래에셋증권에는 최대 12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다행히 이후 금융기관 두 곳으로부터 `단순실수였다'는 양해를 얻어 5천176 계약은 무효로 처리됐다.

하지만 9천324 계약을 체결한 D증권은 요지부동이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한 실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매도계약이 체결됐으니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할 순 없다며 미래에셋 측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이 사고 때문에 보험금 50억원을 지급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결국 소장을 작성해 법원을 찾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최승록 부장판사)는 미래에셋증권 등이 "매수주문 실수로 인한 부당이득금 77억여원을 돌려달라"며 D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상 중대한 과실로 착오가 발생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만약 상대방이 착오인 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의 주문이 주문자의 착오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D증권이 차액을 얻고자 단시간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내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에 23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에 50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실수를 저지른 정황과 이후 거래 당사자들의 의도를 예리하게 읽어낸 재판부의 판단으로 미래에셋증권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