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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책금융의 성공요건, 상환능력 평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책금융의 성공요건, 상환능력 평가
  • 권의종
  • 승인 2017.10.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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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금융’이 ‘좋은 금융’.. 그래야 일자리 생기고, 기업 커가고, 나라경제 살아나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부의 일자리위원회가 최근 공공일자리 창출 등 10대 중점과제 등 100개 세부추진 과제를 공개했다.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로드맵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이다. 

사회적경제는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경제적 활동이다. 이익을 추구하면서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양극화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비롯한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해 경제단위들이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수행하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정부의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방안에는 성장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접근성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경제 지원 계정을 신설해 향후 5년 안에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공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보증지원 한도를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보증대상도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에서 마을기업과 자활기업으로 확대한다. 정책자금 내 사회적경제기업 총액대출 목표제를 신설해 2018년 400억원까지 증액하고 모태펀드 등 전용 투자펀드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키우는 쪽에도 무게가 실려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회적 경제기업이 저성장·저고용 시대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주목한 결과로 보인다. 사회적경제를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고용 불안과 양극화 심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의 포석이 깔려있다.

민간부문 자생 형태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나랏돈을 지원해주는 게 맞느냐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를 두고 한가롭게 왈가왈부할 입장이 못 된다. 어느 분야에서든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동원 가능한 정책수단을 망라해야 하는게 정부의 다급한 처지다. 당면한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방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긴급처방

아무리 급해도 금융지원 과정에서 지켜져야 하는 철칙이 하나 있다. 대출상환능력평가이다. 상환능력평가란 차주가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절차이다. 차주의 과거, 현재, 미래의 산업위험, 경영위험, 영업위험, 재무안정성, 현금흐름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업무다.

사회적기업은 영업력이나 수익성이 취약하여 자생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2015년 기준 1506개 사회적기업 중에서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356개로 전체의 22.4%에 불과하다. 4개 기업 중에서 1개 기업만 영업이 흑자인 상태다. 사회적기업 재정지원사업과 관련된 부정수급 미환수액만도 최근 4년간 11억6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제도 운영 또한 허술하다.

마을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2016년 말 기준 전국 마을기업 1446개 중 절반이 넘는 56.4%가 폐업을 했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해 정부 보조금 등이 끊기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위기에 몰려있다는 분석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사업부진은 부실한 지원체계에 기인하는바 작지 않다. 정책금융에 대한 상환능력평가 소홀도 그 중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출기간 중 일정기간마다 상환자원과 상환액을 파악하여 상환자금의 과부족을 구체적으로 체크하는 절차가 미흡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보증부대출의 경우 대출 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잡기 때문에 상환능력을 검토할 실익을 느끼지 못한다.

신용보증기관 또한 지원대상 확대, 신속한 지원을 위한 간편한 심사절차에 따라 상환능력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어느 기관에서도 상환능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금융이 지원되고 있다. 공동책임이 무책임이 되고 있다. 지금의 지원체계가 그대로 방치될 경우 부실 위험은 앞으로 상당부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 지원 시 상환능력평가 소홀.. 국민 혈세 낭비로 이어져

신용보증기관에서 연대보증제도마저 지난 8월부터 창업 7년 이하 기업까지 없어진데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이를 상환할 수 있는 주체가 사라졌다. 고스란히 보증기관의 부담, 즉 국민 혈세의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쉬운 금융지원 체계가 자칫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 점이다.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정책금융은 정부의존적인 사회적기업을 양산하고, 급기야 기업들에게 ‘무상 복지’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소지 또한 다분하다.

정책금융은 국가정책상 특정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배분해 주는 수단이다. 대가없이 거저 주는 ‘눈먼 돈’이 될 수 없다. 만기에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의무사항이 부가된 ‘무서운 돈’이다. 노령, 질병, 실업, 재해 등 사회적 위험에 처할 경우에 주어지는 공적 제도에 의한 사회적 급여나 재정적 지원과 같은 사회복지지출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 기반으로서 소기의 역할을 감당하려면 성공적인 사업수행으로 금융을 정상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상환된 자금은 다시 새로운 기업에게 지원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금융이 다수를 위한 공공재로서 소수를 위한 사유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분명한 사유다. ‘쉬운 금융’보다는 ‘바른 금융’이 좋은 금융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이 커가고 나라경제가 살아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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