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탈(脫)원전, 이참에 에너지 백년대계 새로 짜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탈(脫)원전, 이참에 에너지 백년대계 새로 짜자
  • 권의종
  • 승인 2017.10.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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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종결 아닌 혼란 출발점 될 수도..에너지 정책, 국리민복 시각서 지식-지혜 모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 농부가 저녁 산보 길에 이웃사람을 만났다. 농부는 이웃에게 “이 밤중에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이웃은 “교회 목사님께 딸기를 드리러간다”고 답했다. 농부는 “내일 갖다드려도 되는 데 이 늦은 시각에 가느냐? 고 물었다. 이웃은 “내일 딸기를 출하하기에 앞서 아침 일찍 농약을 뿌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농부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농약 묻은 딸기를 목사님이 먹으면 안 되고 고객은 먹어도 된다”는 말로 들려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똑같은 상황이 탈원전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 중이다. 정부가 딸기밭 주인과 동일한 행보을  보이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지진 위험성과 다수호기 밀집도를 고려해 탈원전을 추진하지만, 원전 수출은 국익을 고려하여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순진한 발상이다.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힘들다. 속보이는 이중적 행보가 원전 수입국들에게 먹혀들리 없기 때문이다. 위험하다고 자국에서는 만들지도 않는 원전을 믿고 사줄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믿는 게 동서고금의 인지상정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 원전이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공인받은 점이다. 한국형 원전모델 ‘APR1400’이 원자력발전소 안전기준인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 심사를 통과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2012년 새로 마련된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8월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심사 3단계까지 통과했다.

국내에서 인정 못 받는 한국 원전.. 국제적으로는 안전성 공인

시급한 난제는 따로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와 관련된 공론조사 발표가 임박했다.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이 15일까지 진행되고, 토론이 끝나면 1차에서 4차까지 조사결과를 정리한 권고안이 20일 정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조사에서 건설 중단 및 재개의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일 경우 최종 권고안에 찬반 결론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권고안에 담긴 시민참여단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여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위원회가 내릴 결론은 세 가지 경우로 압축된다. 공사를 재개하느냐, 중단하느냐, 결론을 유보하느냐다. 첫 번째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중단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당장 원전관련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건설관련 1,700개 업체가 문을 닫고 하루 최대 3천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1조6천억원의 원전관련 매몰비용 말고도 관련 업체와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부대비용만도 2조6천억원에 이른다. 사회간접비용까지 계산하면 수 조원의 손실이 더 늘어난다.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원전기술 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해외 수출이 어려워진다. 원전의 수출효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수주 사례에서 보았듯 막대한 규모다. UAE 원전의 수출효과는 수주액만 186억달러이며, 이후 60년간 위탁운영 수입 등을 통한 간접수출효과 또한 494억달러로 추산된다.

전력수급의 안정성도 논란거리다. 전력망이 잘 연결된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다. 탈원전 과정에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비중이 축소될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 또한 팽배하다.

공론화위원회 결정 3가지 시나리오.. 진·퇴·정(進退停)의 삼난(三難)

두 번째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재개되는 시나리오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대선 공약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하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해진다. 원전 비중을 18%까지 줄이고 재생에너지 20%, LNG는 37%로 확대하겠다는 정책 목표도 다시 손질해야 한다. 정책과 현실이 겉도는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된다.

원전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진다. '원전은 미세먼지, 온실가스보다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만든다' '방사성 폐기물은 양은 비록 적지만 위해도는 먼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원자력은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그간의 정책 홍보내용이 빈말임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만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공론화위원회에서 공사 재개·중단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는 경우다. 의사결정 주체가 없어지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가의 중대사에 대한 의사결정을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맡겼던 정부의 ‘면피성’ 행정에 대한 추궁이 예상된다. 결정을 유보한 위원회의 ‘무책임’에 대한 비난도 쏟아질게 분명하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만 허비하고 얻는 것 하나 없이 원위치 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예상되는 3가지 경우가 공히 문제다. 논란의 종결은커녕 혼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그대로 멈출 수도 없는 ‘진·퇴·정(進退停)의 삼난(三難)’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참에 제대로 된 에너지 백년대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최상의 해법일 수 있다. 그러라고 그간의 시련이 주어졌다고 여기는 게 현명한 사고일지 모른다.

길을 잃고 헤맬 때 처음 자리로 돌아가 다시 찾는 게 의외로 손쉬운 방법이다. 에너지 정책도 국리민복의 시각에서 시간을 두고 지식과 지혜를 모으고 양보와 타협, 이해와 소통으로 원점에서 새로 마련하는 게 유효한 접근일 수 있다. 공약, 정책,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더 나은 결과에 이르게 하는 가치 있는 선행이다. 급하게 서둘러서 되는 일 없고, 우긴 김에 우겨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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