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
금융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
  • 조연행
  • 승인 2017.10.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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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인센티브가 불완전판매 원인, 소비자권익 3법으로 해결해야

[조연행 칼럼] 어릴 때, 공터에서 축구를 많이 했다. 공터가 반듯하지 않고 기울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울진 쪽 팀은 이기기가 매우 어려웠다. 위쪽 골대 팀은 실력이 없어도 이기기가 쉬웠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는 전후반을 나누어 골대를 바꾸면 되지만, 금융시장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골대를 바꿀 수가 없기에 아래 쪽에 있는 소비자가 대부분 지게 되어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불완전판매’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바꾸어 말하면 극히 ‘몇%’만이 완전하지 못한 판매를 제외하면 전부 완전한 판매를 했다는 뜻이다. 기가 막힌 용어 선택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금융상품에서 완전 판매는 거의 없고, 불완전 판매가 상당하다는 것이고 다만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금융사업자들이 만든 ‘불완전판매’라는 용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략 서너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제는 소비자는 배제된 체 거의 공급자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금융사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융감독원 조직 자체가 그렇고, 여러 가지 금융관련 법과 제도가 그렇다. 보험의 예를 들면 ‘자기손해사정, 보험사기방지법, 자문의사제도 등’은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는 법과 제도들이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어 아무리 공을 차내도 공이 굴러 제자리로 돌어오기 때문에 공을 차서 막을 수가 없다.

둘째, 금융상품 판매자의 불완전판매 행위로 인한 리스크(또는 책임과 의무)보다 얻는 이익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리해서 팔고 본다. 판매자의 불완전 판매는 정보가 불완전 한 시장에서 먼저 소비자를 헌팅(?)하는 게 ‘임자’라는 생각에서 발생한다. 소비자가 잘 못 구매했음을 알려면 가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거나, 만기가 되어야지만 알 수 있다.

특히, 보험상품은 만기는 짧아야 5년, 길면 ‘종신’까지 가야 한다. 아님 중간에 보험사고가 나고, 그때서야 상품내용을 제대로 알아본다. 그때야 ‘불완전 판매’를 알 수 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때는 이미 판매자는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었다. 판매자료에는 완벽하게 ‘완전판매’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서명도 완벽하고, 설명도 다 들었다고 되어 있다. 이 불완전 판매는 완전판매 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전혀 ‘해결’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민원이 다 그렇다.

셋째, 판매자 평가 KPI 또는 인센티브제도 때문이다. 은행 객장에 적금상품을 가입하러 온 소비자에게 은행 직원은 은행 적금이 아닌,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을 판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은행 직원이 ‘적금’을 파는게 아니라 ‘보험’을 파는 것이다. 직원 성과평가(KPI)제도가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을 판매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적금은 안팔아도 되지만 ‘방카’는 팔아야만 되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료 100만원 짜리 종신보험을 판매하면 1,300만원의 수당을 한 두 달에 나누어 지급 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 팔고 보자는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다.  판매자의 인센티브는 판매 초기에 다 지급되고 끝나지만, 불완전 판매 민원은 소비자가 제기해도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개 발생이 안 되거나 극소수만 클레임을 제기하고 말기 때문이다. 판매자료는 ‘완전판매’로 완벽히 소비자의 서명이 다 되어 있다. 판매자는 나몰라 라 해도 어찌할 수가 없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는 말로만 ‘완전판매’를 외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여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부당권유금지‘를 아무리 강화한다 한들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를 없애려면, 먼저, 수 십 년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듯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50년 넘게 산업위주, 공급자위주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 약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공정한 게임을 할 수 가없기 때문에 운동장부터 바르게 고쳐야 한다. 무기가 대등해야 공정한 싸움이 되는 것이데, 싸움터 마져 기울어 져 있다면 싸워보나 마나한 싸움이 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불완전 판매 자체를 없애려면, 불완전판매 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리스크를 크게 만들면 된다. 현재의 불완전판매는 금융사가 방조하고 판매자가 자행하는 측면이 크지만, 금융사의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잘 못하면 불완전 판매의 이익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할지 모른다. ‘회사가 망할 수 있다’ 는 생각을 갖게 하면 절대 ‘불완전판매’행위를 방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하는 법이 바로 소비자권익3법 ‘징벌적 손해배상제,입증책임의 전환, 집단(단체)소송제도’의 도입이다.

운동장을 고치거나 소비자권익3법을 제정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 전에라도 ‘불완전판매’의 피해자를 구제하려면, 바로 금융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감독원은 민원접수기관일지 모르나 민원처리기관이 아니다. 소비자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옴브즈맨제도를 만들어 소비자의 민원을 풀어줘야 한다. 금융불완전판매는 민원인 개별적으로는 법으로 가기에는 소송실익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

금융상품을 ‘완전 판매’ 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 하자! 보호하라! 고 말로 외치는 것은, 정말로 헛구호‘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소비자권익3법을 만들고 반듯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만이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없애는 유일한 근본 처방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약력>

조 연 행 / 이메일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현재)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대행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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