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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낙하산 인사' 문재인정부 너마저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낙하산 인사' 문재인정부 너마저도‥
  • 권의종
  • 승인 2017.08.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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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공공기관장 인사..현장에서 잔뼈 굵은 전문가에게 경영 맡기는 게 순리이자 정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퀴즈 하나.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1483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이론으로 소개되었다. 1797년 프랑스의 가르느랭이 파리의 몽소 공원에서 높이 1,000m의 기구(氣球)로부터 낙하할 때 처음 사용되었다. 1차대전 중에는 윈스턴 처칠에 의해 공수부대 전투용으로 활용되었다. 1941년 독일군의 크레타섬 작전, 19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에서는 6.25전쟁 당시 미 제101공수단의 공수작전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근년에는 역대 정부가 중요 직책에 자기 사람을 내려 보낼 때 널리 애용하는 이동 수단이다. 정답은 '낙·하·산'이다. 퀴즈 말미에 ‘낙하산 인사’를 언급한 것은 빵 터지는 난센스 퀴즈나 썰렁한 아재개그의 의도가 아니다. 웃어넘기기에는 심히 무거운 주제다.

해당 기관의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자가 특정인을 중요 보직에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 저급한 한국 정치의 민낯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없어지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빗나갔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런 꿈조차 접어야 할 것 같다. 낙하산 인사가 관행으로 자리잡다보니 행하는 쪽은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당하는 쪽 또한 으레 그러려니 쉽게 체념한다.

비판적 언론이나 정치권도 하루 이틀 떠들다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삶에 지친 국민들로서도 그때마다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두가 까맣게 잊는다. 이런 허점을 틈타 낙하산의 고공행진은 유유자적 활개를 편다.

정부 출범 때마다 이뤄지는 ‘낙하산 인사’..부실과 방만 경영의 주범

현 정부 또한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내각 구성 때 몇몇 후보가 낙마하는 소동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고공낙하를 통해 원하는 자리에 무사 안착했다. 이들을 실어 날랐던 낙하산은 이번에는 공공기관장들을 매달고 투하될 태세다. 332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낙하산 인사가 착지할 전략·전술상의 목적지도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는 해당 기관의 업무에 해박하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여야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불편한 진실이다. 40~50년 역사의 공공기관 중에도 내부 출신인사가 단 한번도 CEO에 오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예외 없이 외부 인사가 사장으로 내려 온 것이다. 기관이 설립된 이후 거쳐 간 인원만도 수천, 수만 명에 이를진데 그 중 단 한 명의 사장감도 없었다는 얘기다.

기막힌 언어도단이다. 낙하산 인사의 기관장 임명은 공공기관의 부실과 방만 경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관장 하나 잘못 들어오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은 그 길로 멍이 든다. 경쟁력을 잃고 만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집행’기관 전문성은 ‘정책수립’, ‘업무감독’, ‘이론연구’ 등과는 내용-기능서 상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배경 설명 또한 설득력이 뒤진다. 당치 않은 논리를 억지로 끌어다 붙여 전문성을 침소봉대한다.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 출신이 기관장으로 내정될 경우 국회에서의 입법경험, 국정감사, 업무보고 등을 통해 해당 기관의 업무를 소상히 파악했다는 설명이 첨부된다.

전직 관료가 임명될 때는 정부 부처에서 정책수립, 업무감독 등으로 경영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전문가로 추켜세워진다. 교수가 수장으로 정해지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혁신경영의 최적임자라는 칭송 일변도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기관장이 될 때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 공유, 개혁 성향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정권관련 실세임을 은근히 흘리려든다. 이마저 안 통할 때 내놓는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다.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지난 정부에 비하면 약과라는 주장이다. 이쯤 되면 참았던 짜증이 폭발하고 만다.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 국민적 단죄를 받고 사법적 심판을 기다리는 망한 정부와 대비한다는 말인가. 꼴찌에 비교하면 모두가 성적우수자라는 식의 궤변이 통하리라 여기는가.

현장에 답이 있고 그 답을 아는 자도 현장에 있어..감독은 감독이고 선수는 선수

공공기관은 정책을 ‘집행’하는 곳이다. 집행기관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은 ‘입법’, ‘정책수립’, ‘업무 감독’, ‘이론연구’ 등의 경험이나 능력과는 내용과 기능 면에서 차이가 있다. 상호 연관성은 있으나 동일한 업무는 아니다. 스포츠에서 감독이 선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디까지나 감독은 감독이고 선수는 선수다. 

설사 유능한 외부 전문가가 기관장으로 부임해도 업무 파악과 조직 장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현장 경험이 없다보면 비전을 제시하고 최적의 전략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는다. 수시로 밀려드는 크고 작은 업무의 의사결정마저도 쉬운 일이 없다. 모든 게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업무를 익히고 직원들과 친숙해질 만하면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 기관장도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공공기관의 장기 발전이 어려운 이유다.대부분의 경우 현장에 답이 있고 그 답을 아는 자도 현장에 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순리고 정도일 수 있다. 바른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 길로 가야 국민도 살고 정부도 산다.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우리 모두가 산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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