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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와 이재용
박영수와 이재용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8.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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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악연-필연?'..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박영수 특검-이재용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검사와 피고인-. 형사재판에서 한 사람은 형벌을 주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형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단순히 갑과 을의 관계를 넘어서 마치 ‘정글의 법칙’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수 특검이 7일 이재용 부회장과 1심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면서 "제가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거나 기대를 한적이 결코 없다"며 청탁과 뇌물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또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심한 오해다"라면서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이에 박영수 특검은 이 전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국정농단의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구형을 위해 직접 법정에 나온 박 특검은 "이 사건 범행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인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삼성으로서는 시급한 과제였다"며 "최순실이 요청한 재단 설립이나 정유라의 승마 훈련, 영재센터 운영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 필요와 접합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른 재벌보다 앞서서, 강하게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겐 징역 12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형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징역 7년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순간 이 부회장은 긴장한 듯 고개를 움직였다. 방청석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날도 삼성 관계자들은 끝까지 이번 일을 '이재용은 몰랐다'고 했다. 마치 이재용을 '무능한 CED'나 '바보 경영자'로 만들더라도 이번 사태가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스스로 뒤집어 쓴 꼴이다. 이에 박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군색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특검은 변호인단의 ‘이재용 감싸기’를 즉각 평가절하한 셈이다.

박영수-이재용, 두 사람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심판하는 1심 재판에서 마지막 공방을 주고받았다. 오는 25일 선고일에 어느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결과에 따라서 한 사람은 치명타를 맞게 된다. 유죄가 나오면 이재용이, 무죄가 나오면 박영수가 타격을 입을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에 놓인 셈이다.

더구나 만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나올 경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결과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을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당사자로 특검이 이미 지목한 탓이다. 뇌물을 준 측이 무죄를 받을 경우 받은 측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세기의 재판' 결심공판에서 마주한 박영수-이재용 두 사람의 숙명적인 관계가 눈길을 끈다. 단순히 특별검사와 피고인을 넘어서 서로의 관계가 우연인지 아니면 악연인지, 또  필연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공판을 마치고 악수까지 교환한 이들 두 사람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을 나와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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