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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창업지원, 대출에서 투자로 바뀌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창업지원, 대출에서 투자로 바뀌어야
  • 권의종
  • 승인 2017.08.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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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중심 기존 프레임 과감히 깨야..대출-자본투자 병행하는 쪽으로 경로 수정 불가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사업을 시작하려면 없으면 안되는 게 있다. 돈이다. 기업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돈은 혈액이다. 돈이 있어야 사업장도 마련하고, 기계나 사무집기도 들여놓고, 원재료도 사고, 직원도 뽑는다. 돈이라는 피가 돌아야 기업이라는 몸이 살아갈 수 있는 이치다.

창업기업은 태생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하기 그지없다. 창업주가 스스로 마련하는 자기자금만으로는 어엿한 회사 모양을 갖추거나 사업을 제대로 꾸려나가기는 쉽지 않다. 으레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으거나 집이나 땅을 담보 잡히고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주식이나 회사채를 발행하여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창업기업에게는 언감생심 희망사항에 그친다. 그저 그림의 떡이고,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결국 창업기업이 기대볼만한 언덕이라곤 그나마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금융 뿐이다.

창업기업들 태생적으로 자본력 취약..기대할 언덕은 그나마 정책금융 뿐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다보니, 창업지원에 정부나 정책기관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원하는 기관이나 제도의 수가 많다보니 어디서, 어떤 지원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신(神)만이 알 뿐이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했던가. 창업을 돕겠다는 제도는 봇물을 이루는 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출 한 가지 뿐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지원자금, 신·기보의 신용보증지원, 지역보증재단의 창업지원자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창업자금, 서민금융진흥재단의 창업자금대출 등 대출 일색이다. R&D기술개발사업 등 출연사업도 없진 않지만 극히 일부 기업에 국한된 서비스에 불과하다.

대출이 기업의 자금조달에 기여하는바 작지 않다.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내 돈 안들이고 돈 버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자가 세법에서 손비로 인정되어 절세 효과도 얻게 된다. 하지만 수익모델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창업초기에는 대출은 도리어 무거운 짐이 되고 만다. 다다익선을 넘어 과유불급에 이르면 부작용이 시나브로 커진다. 몸에 좋은 약도 과다 복용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대출은 창업지원의 최적 대안 될 수 없어..과도하면 약이 아니라 독

대출은 창업지원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사업 초기에는 필요한 자금은 큰 반면, 매출이 정상 괘도에 오르지 못해 수익실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대출은 받는 순간부터 이자가 발생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제날짜에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 여유자금마저 소진되면 빌려서라도 금융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빚내서 빚 갚는 돌려막기를 불사해야 한다.

연체라도 생기면 금융회사의 대출금 회수조치로 기업은 생존까지 위협받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상당수 기업이 사업화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서 생을 마감하는 현실도 스타트업 시기의 금융비용 과중에 따른 자금경색에서 비롯된 바 크다.

창업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대출보다 투자다. 기관투자가, 벤처캐피털, 엔젤투자 등이 창업기업의 자본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연결 장치가 긴요하다. 창업기업에게는 만기가 짧고 매월 이자를 내는 단기성 대출 보다는 장기 안정적 운용이 가능한 자본투자가 절실하다. 당장 금융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수익 증가로 손익분기점 도달도 빨라지고, 주주 배당도 앞당길 수 있는 등 이점이 한 둘이 아니다.

창업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대출보다 자본투자..높은 리스크가 '걸림돌'

투자자 입장에서는 창업기업의 높은 리스크가 넘기 어려운 걸림돌이다. 사업성이 제아무리 우수해도 창업 초기의 고 위험성 때문에 선뜻 투자결정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투자자와 창업기업을 연결시키는 가교(架橋)의 역할을 누군가 해줘야 하는데, 시장에서 이를 수행할 경제주체를 찾기 어렵다.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영역으로 정책금융이 감당할 몫이다.

EU 국가들에서 시행 중인 자본투자보증제도(Equity Guarantee Programme)는 이 대목에서  눈여겨 볼만한 소재다. 기관투자자들이 창업 기업의 자본금 지분에 투자할 경우, 공적 보증기관이 투자금의 일부(50% 내외)를 보증함으로써 혁신기업의 자금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 프로그램이다.

투자손실이 발행할 경우 보증기관과 투자자가 공동으로 분담하여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공적 보증기관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구도로 운영된다. 공적 보증의 대상을 금융채무에 한정시키지 않고 자본투자로까지 확대시킨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성과 또한 놀랍다. 당연히 벤치마킹감이다.

방향 전환 필요..자본투자보증제도(Equity Guarantee Programme) 도입 서둘러야

창업 지원 정책의 방향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창업기업의 니즈에 ‘부합’은커녕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출중심의 기존 프레임을 과감히 깨야 한다. 대출과 자본투자를  병행하는 쪽으로 경로 수정이 불가피하다. 업계의 숙원을 힘들다고 흘려 들어서는 곤란하다.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본래 공적 보증제도의 원류는 유럽이다. 스위스의 동업자간 상호보증에서 출발했다. 보증제도가 전 세계로 전파되었고, 특히 한국에서 강력 추진되어 기업성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자본투자보증 프로그램 또한 시작은 늦었으나 한국경제의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두 번째 청출어람을 기대하며.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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