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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공 많은 문재인정부 경제팀
뱃사공 많은 문재인정부 경제팀
  • 정종석
  • 승인 2017.07.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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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김동연 부총리' 간 직거래 또는 핫라인 구축 중요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1960년대 초 우리나라는 초등교육 이상을 마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로 넘쳤다. 10대 후반의 나이 어린 여성들이 가장 먼저 섬유, 의류, 가발 등의 제조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는 경공업품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개발 전략을 짰다.

새 개발전략을 밀고 나간 것은 1964년 5월 취임한 장기영 부총리 휘하의 경제팀이었다. 당시 경제개발계획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1961년 7월 경제기획원 발족 이래 불과 2년 10개월 동안 7명의 장관이 바뀌었다. 평균 재임기간은 5개월도 안 된 셈이었다.

장기영은 ‘왕초’와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강한 보스 기질과 탁월한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박정희는 그에게 여타 경제장관에 대한 비토(veto)권을 줄 정도로 신임했고, 장기영은 이를 바탕으로 3년 5개월간 재임하면서 경제개발계획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경제부총리, 한국경제 재도약 위한 비전-전략을 제시할 소신과 추진력 있어야

어느 장관이든지 마찬가지이지만 경제부총리는 특히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일을 해야 한다. 경제부총리는 단순히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역할이 아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리드할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장기영-김학렬이나 전두환 시대의 김재익 정도는 아니더라도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정책으로 제시할 소신과 추진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며칠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년 세법개정 당정협의에서 피로에 젖은 모습으로 눈병이 나고 입술이 터진 모습이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 부총리가 취임 40여일 만에 건강에 탈이 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대부분의 업무가 예산 및 세제 등을 다루는 기획재정부로 몰리면서 김 부총리의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 오른쪽 눈에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막염은 보통 과로일 때 많이 걸리는데, 체력 좋기로 소문난 김 부총리가 오죽하면 눈병까지 났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눈병을 앓을 정도로 무리하게 된 배경에는 혹시라도 오히려 건강 외적인 요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무수한 대형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치만 보일 뿐 경제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언론에서 이미 ‘김동연 경제부총리 실종설’이 나온다. 청문회 당시의 소신과 기개는 두달 만에 온데간데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 실세들이 공언한 경제부총리 힘 실어주기 발언들은 잊혀진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하는 일자리정부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책협의 대상만 네 팀이다. 정부 조직으로 김동연 경제팀, 청와대 내 장하성 정책실장(장관급),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장관급),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장관급) 등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 정책실에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경제 보좌관 등을 뒀다. 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신설,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고 있다.

장하성-김상조-김동연, 경제 트로이카 중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잘 몰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달 서울정부청사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집무실을 방문, “경제 사령탑은 부총리다”라는 메시지를 공표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트로이카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 중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세간의 의심을 씻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라고 공표했던 김 부총리를 딱 한 달 만에 ‘허세 부총리’로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국정운영 방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 부총리는 ‘시어머니’가 많아 기를 펴기 힘든 상황이다. 진보 학자이자 사회 운동가 출신인 장 실장과 김 위원장은 차치하더라고 행정고시 대선배인 김진표(13회)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이용섭(14회)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행시 26회에 불과한 자신에겐 상대하기 버겁고 어려운 존재다.

김현미(3선ㆍ국토교통부) 김영춘(3선ㆍ해양수산부) 여당 실세 중진 의원 장관들도 쉽지 않긴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일수록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데도 이번 증세 확정 과정에선 그러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핵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경제팀과 자문기구 간의 업무 중첩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유사 기능 갈등, 비효율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통령의 의욕이 앞서 청와대에 유능한 인재를 많이 포진시켰다. 그러나 이들이 워낙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라 김 부총리가 독자적인 소신을 펼치기는 매우 쉽지 않은 구도다.

김동연 부총리로서는 할 일은 많은데 이렇게 만만찮은 시어머니들이 줄줄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 부담일 것이다. 그래서 소수 관료 출신의 김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 제 목소리를 낼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이런 이질적인 조합으로 인해, 현장감과 실무능력이 떨어지는 하명이나 지시가 내려온다면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 추진력과 팀웍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주요 경제정책, 정치인 통해 전달되고 경제부총리 메시지는 보충하는 수준 그쳐

경제부처에서 수많은 장관들이 있다가 사라져갔지만 경제부총리는 대단히 명예로운 자리다. 필자가 일선 경제부기자를 하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관료들은 부총리를 DPM(Deputy Prime Minister )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존경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대신 정치인출신 낙하산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 세간에서는 경제부총리가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보여 준 것도 없는 경우에는 존경심 대신 비판이 앞선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정조차 하지 못할 경우엔 안팎에서 비난의 정도가 더 심해진다. 특히 순수 관료 출신인 경제부총리가 청와대 실세들에게 휘둘릴 경우에는 이를 제어하고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월 10일 출범 한 지 곧 석달이 되어 간다. 하지만 주요 경제정책이 정치인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경제부총리의 메시지는 보충하는 수준이 현실이다. 어는 정부나 집권 초기에는 경제에도 정치의 바람이 분다. 자연스레 경제관료들은 설 곳을 잃는다. IMF 외환위기 당시 2년 넘게 금융위원장으로 펄펄 날았던 이헌재 씨는 재경부 장관에 앉은 다음 미처 7개월도 버티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정치적 외풍’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팀장인 김동연 부총리가 성공하기를 빈다. 그가 명실 공한 경제부총리가 되려면 첫째, 경제현장에서 그가 스스로 김동연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보여야 한다. 어느 정권에서든 실세는 어차피 청와대와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실세들이다.

그가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 주변의 실세들을 이길 수는 없다. 좋은 경제정책을 실천하려면 국회에서 여야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훌륭한 경제정책 또한 정치적 협상과 투쟁의 산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박정희-장기영' 같은 체제 어려워도 문재인 대통령이 실질적 '컨트롤타워' 맡겨야

둘째, 김 부총리가 성공하는 길은 문 대통령에 달려 있다. 김 부총리에게 자주 면담의 기회를 주고 격려를 해준다면 자연스럽게 그에게 힘이 실리게 된다. 그래서 김동연이 명실공히 경제 컨트롤타워가 된다면 판자촌 흙수저 상고 출신 첫 부총리의 성공신화가 나오게 될 것이다.

원래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에는 사공이 너무 많다. 지금은 정권교체 후 대한민국 경제호를 살릴 골든타임이다. 그러려면 골든타임을 허비해서는 안되며, 제대로 된 사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개발경제 정책 위주인 박정희 시대와는 달리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장기영-김학렬 같은 경제부총리가 출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김동연을 경제팀장인 경제부총리에 기용했으면 그가 뱃사공으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직거래 방식이나 핫라인 구축을 통해서 경제부총리를 신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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