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이헌재와 김상조
'재계 저승사자' 이헌재와 김상조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7.06.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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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선봉장 金 공정위원장, 이헌재 제대로 연구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바람 앞에 풀잎처럼 눕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섰다. 가맹점과 계약할 때 위법 의혹이 불거진 BBQ는 결국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하면서 백기투항했다. 이른바 ‘김상조 효과’에 따라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재계 저승사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기업들이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치 바람 앞에 엎드리는 풀잎 모양새이다.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 중 하나는 “기업을 검찰 개혁하듯 몰아치지 않겠다” 였다. 새로운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규제를 만들어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겠다는 게 아니라 현행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일관성 있게 주되, 현행법은 엄격히 준수하라는 ‘시그널’이다.

현재 오너일가의 대기업집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일명 ‘일감몰아주기’ 규제다. 그동안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승계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와 순환출자고리 문제가 얽혀있는 현대차 그룹같은 다른재벌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현 공정위원장은 똑 같은 ‘재계 저승사자'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맹활약을 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김상조 현 공정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낳은 최고의 경제스타다.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어려운 과제를 도맡아 처리했다.은행,증권사,보험사등 400개가 넘는 금융회사를 퇴출시켰다. 재계2위의 대우그룹을 포함해수많은 부실기업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방식으로 처리했다.

같은 재계 저승사자이면서도 이헌재와 김상조는 상반된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2년 9월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멘토'로 삼은 것과 관련, "안 후보가 정치적·정책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장관 같은 '모피아'에 의존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김상조는 당시 인터뷰에서 "<안철수의 생각>은 과거의 잔재를 털고 미래로 가자는 것인데, 미래를 얘기하는 안철수와 과거에 얽매인 이헌재가 공존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피아(MOFIA)'란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비판적으로 통칭하는 것으로, 모프(MOF/재무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 전 부총리는 '이헌재 사단'이라 불리는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김상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벌개혁에 실패한 이유는 단지 재벌의 힘이 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라며 "보다 중요한 이유는 관료들, 모피아의 정보 왜곡과 정책 왜곡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모피아 세력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헌재 장관이 최근 내놓은 회고록 <위기를 쏘다>를 보면 그는 '위기 때 구조조정만 했지, 위기 이후에 정상적인 경제 질서를 실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며 "하지만 이 장관에게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상조 "이헌재식 관치경제는 원칙 위배, 심지어 법 위반하는 경우도 많았다" 비난

또한 "이헌재식(式) '관치' 경제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고, 심지어는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과거를 가지고 결코 정상적이고 선진적인 경제질서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 이헌재는 '저승사자'로 불렸다. 재벌을 해체하고 그 문어발식 탐욕을 끊어내는 개혁의 선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그 개혁을 법제화하기 위한 그의 치밀한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벌들의 탐욕을 제어할 급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헌재는 "개혁은 단호하게, 그러나 물이 스며들 듯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이 시대에 그의 생각과 경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공정한 시장 경제의 답을 찾는 이들에게 이헌재 식 재벌개혁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지혜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계속 위기라는 사인을 받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경험이 현 정부의 경재정책과 재벌개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위기관리 능력과 혁신, 개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합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김대중 정부 당시 이헌재는 재벌을 헤쳐모여 식으로 분해하고 해체하는 식으로 개혁을 했다. 그 결과 우량 대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특히 투기 자본에 매각됐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재벌에 인수됐다.

이헌재식 재벌개혁, 빛과 그림자가 공존.. 경제민주화 학자들 관료적 현실경험 결여 

이헌재는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아버렸다. 또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어렵게 만들었고 주주 자본주의를 만개시켰다. 그 결과 한국의 재벌그룹들은 이제 더 이상 우주항공이나 제약, 첨단 부품 소재와 같은 미래형 제조업 분야로 무모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별다른 기술력이 없어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으며, 손쉽게 경쟁자(주로 국내 중소기업 또는 영세 기업)를 쓰러뜨릴 수 있는 제과점이나 순대집, 패션의류, 소모성 자재 등에 진출하여 손쉽게 돈을 벌어왔다. 주가 상승과 단기 수익성 향상에 혈안이 된 주식 펀드 매니저들과 야합한 재벌 3세, 4세들이 손쉽게 부를 축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김상조는 이헌재를 '모피아식 관치 금융'의 화신으로 비난한다. 김상조는 "이헌재식 관치 경제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고, 심지어는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과거를 갖고는 정상적이고 선진적인 경제 질서를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그리고 마치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하여금 재벌 개혁 및 금융 개혁을 '단호하게' 하지 못하게 만든 책임자가 바로 이헌재 등 모피아 세력인 양 비난한다.

결과적으로 이헌재식 재벌개혁은 공과 과,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문재인 정부에서 이헌재가 재등판해서 경제정책을 펼친다면 재벌개혁과 가계부채, 부동산대출 부실화 문제의 해결을 '중도 시장주의'의 관점에서 펼칠 지도 모른다. 이헌재 개혁이 성과를 거둔 동인 가운데 하나는 모피아 특유의 관료주의적 치밀성과 추진력이라는 점이다.

반면 김상조와 같은 경제민주화 학자들에게 관료적 현실경험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단점이다. 그런데 이헌재 비판론자들은 정작 이 문제를 잘 언급하지 않는다. 아직도 갈길이 한참 먼 재벌개혁을 위한 김상조식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한 적이 없다.

경제개혁 성공 위해선 재벌저항과 관료왜곡 극복..일관적인 정책 시행해야

사실 공정위와 재계에서 김상조 효과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행정은 조직수장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서 운영돼야 한다. 김상조가 왔다고 재벌개혁이 되고 다른 사람이라고 안된다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경제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벌의 저항과 관료의 왜곡을 극복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 개인의 의지만 아니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참모 조직,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조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이 성공하려면 이 두가지 요소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헌재는 과거 경제위기 때 사활을 건 저항을 뚫고 재벌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은행불사, 대마불사의 신화를 깬 주인공이 바로 이헌재다. 그래서 그에겐 ‘구조개혁의 해결사’,‘원칙을 지키는 승부사’,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따라붙는다. 당시 외국 언론은 “아무도 감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일을 실행한 인물"이라며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과거 김상조는 학자 시절 이헌재를 비판하고 그의 모피아 색채를 폄하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공정위원장이 됐다. 비판만 하면 되는 단순한 재야학자가 아니다. 이제 그에게는 공정위원장의 막강한 권한과 함께 엄중한 책임이 뛰따른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선봉장이 된 김상조는 지금 이헌재를 다시 제대로 연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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