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낸만큼 받는 건데 일한다고 깎아서야 되겠는가?"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25여 년에 이르고 있는 현재, '재직자 노령연금지급방식'이란 희한한 제도로 인해 고령임에도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퇴직 후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63)씨는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될 때 가입해 20년 넘게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보험료를 납입해 왔다. 지난 2008년 만 60세가 돼 월 62만 5000원의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해 초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2009년 소득이 기준(월 176만원)을 넘어 연금의 40%인 300만 8000원을 반납하라는 통보를 해 왔던 것이다. 박씨는 "보험료를 낸 만큼 연금을 받는 건데 왜 깎느냐"며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결국 기각되고 말았다.
최소 10년 보험료를 납입하면 만 60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불입한 보험료에 따라 연금이 결정된다. 하지만 60~64세에 일을 해서 일정액 이상 수입이 있으면 연금을 삭감하는 '재직자 노령연금 지급방식'이란 제도가 있다. 올해 기준으로 월 소득이 189만원(소득공제 후 소득)이상인 이들이 대상으로 3월 현재 4만4387명에 이른다. 2003년(1만6170명)의 2.7배다.
대상에 들면 60~64세에 정상연금의 10~50%를 깎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준 이상 월소득이 있는 사람이 연금까지 많이 받는게 문제가 있고,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해당 대상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비슷한 케이스로 연금이 삭감된 강씨(61)는 "노년에 혜택을 보기 위해 1988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허리띠를 졸라매 월 23만원의 보험료를 부어왔다"며 "은퇴후 가사에 생활비를 보태고자 작은 사업을 한다고 해서 연금을 환수해 간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제도에는 문제점이 또 있는데 장수시대를 맞이하여 노년에도 일할 것을 권장하면서 인센티브는 주지 못할 망정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점이다. 이 제도에 적용을 받는 사람들은 "노인들은 일하지 말고 놀고만 있으란 말이냐"라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비난에 직면하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연령별로 삭감하는 방식을 소득액 기준으로 바꾸기로 하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월 소득이 460만원 이하는 지금보다 덜 깍이고 그 이상은 더 많이 깎이는 방식이다. 전체적으로는 개선되지만 정상연금을 깎는 기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선임연구위원은 "연금을 깎는 현 제도는 수급권리를 훼손하는 데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맞지도 않다"며 "은퇴 후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연금을 깎는 현 제도의 폐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는 "이 제도를 없애면 당장 연간 320억원이 들고 앞으로 더 늘게 돼 폐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