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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이재용법’
김영란법과 ‘이재용법’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7.02.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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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구속에도 건강한 글로벌 기업 된다면 다행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뇌물 소비는 괜찮고 뇌물을 주는 돈으로 민생소비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것입니까?  청렴해서 망한 나라가 있나요?”

지난 해 이른바 김영란 법’ 시행에 앞서 재계에서 국내의 소비위축을 우려하자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김영란 법으로 11조가 손해?'라는 제목으로 한 말이다심 의원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게 대한민국의 부패규모가 11조란 소리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일갈을 했다

심상정 "청렴해서 망한 나라 있나요?.. 부패 11조 사라지면 쌍수들고 환영해야" 

그는 이어 만약에 부패 11조가 사라지는 거면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요저기서 말하는 손실은 실제로 손실이 발생한다는게 아니라 각 회사들이 정부나 공공기관 관계자에게 돈을 못주니 사업이 다른데 넘어가거나 탈세를 못하거나 해서 생기는 손실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죄 혐의로 구속된 것은 우리나라 재계는 물론 외신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다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삼성을 사실상 이끌어온 사람이 이 부회장이다삼성의 79년 역사에서 총수가 구속된 건 처음이다.
 
삼성은 그동안 비리가 드러난 게 한두번이 아니다하지만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총수들 만은 구속을 면해왔다그런 점에서 이번 이 부회장 구속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재계의 비리왕’과 반칙왕’으로 불린  삼성총수가 절대로 구속되지 않다는 신화를 깨트렸다이제는 국민들도 더 이상 삼성의 비리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은 정경 유착에서도 재계의 리더였다. 1961년 군사쿠데타 세력이 곧바로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구속했을 때, ‘부정축재자 1로 지목된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일본 도쿄에 있었다그는 40일 만에 입국해 한국경제인협회(현 전국경제인연합회 전신창립을 이끌었다그렇게 정경 유착의 고리를 만들어 처벌을 면했다.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에서도 그는 무사했다

삼성은 정경유착서도 재계 리더..비리수사 받은 이병철-이건희 회장 모두 구속 피해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제공 사건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고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7년 말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의 결말도 똑같았다그러나 이번엔 달랐다범죄 혐의가 명백한데다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 현장에 크게 울려 퍼진 재벌도 공범이다란 분노의 목소리를 특검과 법원이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와 횡령재산 국외도피국회 청문회 위증 등 5가지다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한 것에 뇌물죄를 적용했다보강수사를 거쳐 특검이 두 번째 영장을 청구하자 법원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마다 삼성과 재계상당수 언론에서는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듯 총수 구속에 따른 경제 악영향을 설파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했다. 앞으로도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들먹이며 법의 선처를 호소할 것이다
 
삼성그룹은 당연히 초비상이 걸렸다그룹 컨트롤타워인 총수가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삼성 제품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도 문제다경영진의 부정한 행위가 입증되면 각종 국제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김영란법 시행과 이재용 구속 놓고 사회적-법률적 평가 '잣대' 달라서는 안돼 

중요한 것은 김영란법 실행과 이재용 구속을 놓고 사회적-법률적 평가의 '잣대'가 서로 달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김영란법으로 사회가 청렴해져서 망한 나라가 없다는 논리가 맞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더라도 삼성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척결해서 건강한 글로벌 기업이 된다면 이야 말로 다행한 일이 아닐까.
 
특검의 두 차례에 걸친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되자 외신들도 엄청난 기사를 토해냈다외신들이 이 부회장의 구속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략 두 가지다첫째삼성과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내용이다둘째전문경영인 위주의 삼성 경영시스템과 이 부회장 개인의 제한적 역할에 비춰 단기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은 오랜 기간 노력해서 지금 위치에 올라온 기업이기 때문에 부회장의 구속이 당장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다”(블룸버그),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의사결정은 어려울 것이다”(로이터). 두 매체는 단기적으론 크게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후자의 시각에 가깝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부회장이 삼성이라는 기업제국에 전반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려던 시기에 구속돼 삼성이 심각한 좌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이는 '이재용 구속=삼성과 한국경제의 위기'로 보는 전자의 시각을 보여준다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놓고 외신들의 시각이 어찌보면 객관적이며 자유로울 지도 모른다.
재벌총수들, 강력한 내부 통제장치 만들지 않으면 항상 교도소 담장 위 걷을 것 
 
삼성그룹은 삼성공화국이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이 부회장의 구속을 다루는 외신의 시각은 국내 언론에 비해 비교적 냉정하다부와 경영권 승계라는 삼성그룹의 행태가 법 질서와 어긋날 때 관용을 베풀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배경에 깔고 있다
 
사적 욕망과 공적 윤리의 분리는 또 다른 차원에서 기업경영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각이다.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기업과 오너 1인의 사적인 구속을 사로 분리해 바라보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는 오너가 독점적으로 전권을 휘두르고 기업을 경영하는 한국적 재벌그룹의 현주소가 이해될 리가 없을 것이다.
 
삼성 뿐 아니라다른 재벌들도 마찬가지다시대정신이 바뀌고 국민적 정서가 달라졌다비록 특검의 칼날을 피해갔지만 롯데, SK 등의 행태도 삼성과 비슷하다여러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과감히 김영란법을 시행했다면 한국경제에 다소 부담을 주더라도 이재용법’ 같은 정경유착방지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한국의 재벌들은 이제라도 권력과 재벌 간의 결탁으로 점철된 낡은 시대의 문을 닫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스스로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부패 고리를 끊기 위한 강력한 내부 통제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이재용 부회장처럼 재벌총수들은 항상 교도소 담장 위를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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