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기수법에 '기는' 관련법제..민병두 의원, 피해자 구제 위한 개정안 발의
지난 2008년 10월 국내 최초 유사수신 돌려막기 수법으로 10만명 가량의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 수사가 지연되면서 매년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조희팔 수법을 벤치마킹한 유사수신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그동안 수많은 서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
유사수신 투자사기는 FX마진거래, 크라우드펀딩,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지만 우리나라 법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원금보장, 고수익을 미끼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유사수신, 투자사기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칭 유사수신행위법)에 의하면 유사수신행위란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로서 예를 들면 원금보장을 약속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신고된 유사수신 건수(514건)는 전년도(253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에서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당국에 통보한 건수도 총 151건으로 전년(110건) 대비 41건이 증가하여 37.3%의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굵직한 유사수신 투자사기 사례만도 일명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며 피해 규모가 1조 960억여 원에 이르는 IDS홀딩스 사건을 비롯하여,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 도나도나 사건, 이숨투자자문 사건이 있다.
지난해 10월 10일 검사 출신 백혜련 의원 또한 "유사수신행위는 피해자도 다수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애써 모은 목돈을 강탈해 가정을 송두리째 파괴시킬 만큼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검찰과 법원의 인식은 그만큼 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수사와 처벌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한 듯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FX마진거래 등 새로운 수법을 반영하고 처벌 수위도 최고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한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도 "보이스피싱이나 유사수신행위, 불법사행행위 등 서민생활 침해사범을 중점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회의를 통해 실무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하고 단속정보 공유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유사수신사기인증 전문검사의 수사 노하우를 일선 검사들에게 전수하는 등 수사 역량도 강화한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여도 이미 발생한 피해가 보전되기는 어렵다. 유사수신사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유사수신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회사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반드시 투자대상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법무법인 이보의 검사 출신 변호사인 이동헌 변호사는 "사기꾼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것은 손쉬운 일인 반면, 일반인들이 이러한 사기행각을 눈치채기는 지극히 어렵다"면서 "유사수신 사기수법이 핀테크, 크라우드펀딩, 특허기술 개발을 가장하는 등 날로 다양해지는 만큼, 중요한 투자계약을 체결할 경우 객관적으로 근거가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실체를 먼저 확인한 다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조희팔 사건’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투자자들에게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사건이다. 경찰 추산 4조 원의 피해액에 약 3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하였고, 이 중 자살한 사람만도 십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동대문을)은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현행 ‘사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해당 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물품을 몰수할 수 있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금 마련에 대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가 해당 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몰수할 수 있게 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게 하여, 피해자구제기금 설립을 통한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유사수신행위 조달액이 5~50억 원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해, 피해금액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 하도록 하여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지게 하였다.
민병두 의원은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더 많은 피해를 막고, 더 나아가 구체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 이라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이번 개정을 통하여 유사수신행위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금 마련 방법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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