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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12.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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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행, 과거 집권자들의 위기대처법 보고 익혀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제5공화국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이름을 날린 김재익은 공무원을 그만두려 사표를 내고 나갔다가 신군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불려와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가 됐다.

전 대통령은 경제를 모른다면서 김재익 부총리에게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말하면서 전적으로 힘을 실어 주었다. 정통 시장경제론자였던 김재익은 오랜 숙제였던 고()물가를 잡아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80년대 '3저 호황'의 기틀을 마련했다.

5공 시절 전 대통령은 국정의 상당 부분을 경제에 치중했다. 그는 "물가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가용한 모든 전략을 동원했다. 그 배경에는 집권과정에 있어서 쿠데타에 의한 정치적 부담 그리고 부족한 정통성 때문이었다. 당시 오일쇼크와 박정희 시절 성장은 했지만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그래서 경제생활에서 국민들이 부담이 컸다.
 
그 결과 전 대통령은 물가안정을 결국 달성했다. 고성장-낮은 물가 상승률-국제수지의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한 언론사에서 펴낸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을 보면 전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학생으로서 김재익과  여러 경제 교사들로부터 대단히 열심히 경제수업을 받았다. 그는 경제수업을 받다가 '단도직입'적으로 "GNP(국민총생산)가 뭐냐?"는 질문을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5공 때 전두환 대통령  "GNP(국민총생산)가 뭐냐?"  '단도직입'적 질문

 
군대에서 연대장 시절 겨우 부대 예산이나 다뤄본게 고작이었다면 대통령 전두환은 어느 새 언론인들에게 경제를 가르칠수 있는 지식을 갖춘다. 그를 정치적으로 평가하자면 독재자이며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사람이다. 다만 경제로 본다면 그는 역대 대통령중 가장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전두환을 향해 박정희가 다 일궈놓은 걸 본인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뿐이라고 말한다.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박정희의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의지가 강했고 실제로 국가주도 중화학공업,수출형 경제에 의해 다른 나라에 차관을 빌려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 졌다.
 
박정희 말기 한국경제는 위기였다. 오일쇼크 그리고 외환위기 징조까지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전두환이 이끄는 5공 시절 한국 경제는 다시 고도로 성장시켰다. 물론 그 배경에는 당시 3저 호황이라는 국제경제적 환경과 여건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그가 경제에 대한 열정, 집념, 확신 그리고 용인술 등이 빛을 발하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 20043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다.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이날 한강 다리를 여섯 번 건넜다. 숨 가쁜 일정을 통해 경제부총리가 나라 안팎에 던진 메시지는 간명했다. “경제 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챙긴다”. 다음 날은 경제장관회의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에 불안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설득에 힘입어 국제적인 신용평가사들은 차례차례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에 대한 초유의 탄핵 의결에 동요하던 금융시장도 안정돼 갔다. ‘안보·행정-고건, 경제-이헌재라는 투 톱의 안정감, 여기에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일관된 메시지가 힘을 발휘하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두 달 동안 경제는 문제없이 잘 돌아갔다.
 

현 경제팀, 대통령 탄핵되자 13년 전 '노무현 탄핵' 때 '이헌재 교과서' 대로 움직여

 
대통령 탄핵 의결이 재연된 지난 9. 경제팀은 13년 전의 교과서대로 움직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9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10일에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경제대응반 회의, 경제 5단체장 간담회, 양대 노총 위원장 면담을 했다. 과거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교과서로 삼아서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을 결정했다.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임종룡 위원장이 금융위를 지키고, 유 부총리도 구조개혁 등 현 정부의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는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외형상 현 경제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지난 달 2일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유 장관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기업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미국의 신행정부 정책 가시화 등으로 대내외 불안요인이 커지는 가운데 당장 누가 우리 경제의 키를 잡아야 하는 지를 놓고 경제팀이 흔들렸다. 특히 내년 경제정책의 큰 틀을 마련해야 할 시기에 경제팀의 수장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 경제팀도 이헌재 부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매일 긴급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용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외양은 그대로다. 하지만 결과까지 같을 지는 의문이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당시보다 훨씬 열악한 탓이다. 2004년과 비교할 때 무엇보다 큰 차이는 경제를 책임질 사령탑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 부총리는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하던 지난달 2일 교체 통보를 받으며 리더십에 상처가 난 상황이다. 후임으로 청와대가 지목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후 불안정하다. 기대했던 청문회 일정 등이 진행되지 않고 중단됐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나 모두 중심을 지킬 사람이 없다. 시장은 물론 흔들리는 공직사회를 다독이기도 쉽지가 않다.
 

황교안 대행,  "경제 전문가 될 필요 없고, 적합한 전문가 기용해 전권 부여하면 돼"

 
지금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위기다. 소비와 투자가 동반 위축된 상황에서 경제는 곳곳이 빨간불이 켜졌다. 사상 처음으로 3년째 2%대 저성장이 예고된 데다, 성장 동력이던 수출은 2년째 마이너스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이 드디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무려 1,300조원에 이르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줄어 연체가 발생하고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까지 떨어지면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발생할 수 있다.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부동산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 가계빚 뇌관이 한국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지금 황교안 권한대행은 과거 집권자들의 경제위기 대처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전두환 대통령이 독재자로서 그리고 12.12,5.17과 뇌물수수 혐의로 분명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장 빠른 성장의 시기에 중심에 있었던 사실 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학렬 부총리를 경제 가정교사로 모실 정도로 극진히 아꼈다. 그래서 개발경제 시절 우리 경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황 대행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자신이 경제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고, 그럴 시간도 없다. 누가 됐든 유능하고 적합한 경제전문가를 기용해 그를 믿고 전권을 부여하면 된다. 그것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일 듯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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