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라는 임대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땅을 보는 안목은 ‘구름 위’ 경지라고 한다. 매물을 보는 순간 용적률과 건축비 계산은 물론 매년 들어올 이익까지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한다. 그런 이 회장의 부영그룹이 올 초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사들인 데 이어 이번엔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인수에도 참여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최근 잇따라 삼성그룹 계열사 사옥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영그룹은 최근 실시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매각을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입찰에는 부영 외에 신한카드, 동양자산운용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 대상자는 9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연면적이 5만4653㎡에 이르는 건물이며, 지하 6층~지상 21층으로 1987년 준공됐다. 매매가는 약 4000억원대에서 많게는 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영이 임대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이 건물을 사들이려는 것으로 본다.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이 워낙 입지가 좋은 곳에 있어서다. 실제로 부영이 올초 사들인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모두 교통환경이 좋고, 인근에 기업 수요가 많다. 매입 후 임대를 내놓아도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인수 추진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 초 부영그룹이 삼성생명 본관을 사들이고 나서 이 회장은 “부영빌딩은 서울 도심에 있는 세종대로 뒷길에 있지만, 삼성생명 본관 건물은 큰길에 있다”며 “우리도 한번 앞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에 (삼성생명 본관을) 샀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임대사업은 분양사업처럼 한번에 목돈을 쥐기 어렵다. 하지만 5년, 10년 후 분양 전환을 하면 수익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은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앞다퉈 매물을 쏟아내 매물이 많다. 실제 이 회장은 최근 몇 개월 새 인천 송도 옛 대우자판 부지를 비롯해 태백 오투리조트, 서울 세종대로의 삼성생명 본관 등을 사들였다.
올 들어서만 부영이 부동산 매입에 투입한 돈이 무려 1조원이 넘는다. 부영은 1983년 임대사업으로 시작해 지난 4월 현재 계열사 18개, 자산 20조원으로 재계 순위 21위(공기업 포함)에 오른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