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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국어의 운명을 바꾸자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국어의 운명을 바꾸자
  • 신부용
  • 승인 2016.06.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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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인공지능이 지배할 미래
  인공지능이 몰려온다.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끝나자마자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에 총 1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고 곧 이어 IBM, 구글, MS 등 세계 굴지의 거대 IT기업들이 앞 다투어 대규모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모든 것이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일어나면서 그간 피로감에 빠진 우리 경제와 국민 정서에 좋든 싫든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공장 자동화에서 보듯이 기계는 외부 환경변화에 상관없이 프로그램 된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상황변화까지 알아서 대응하며 능력이 모자라면 스스로 새로운 자료를 찾아 분석하고 배워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앤디 루빈이나 GE의 제프 이멜트회장 등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증기기관, 전자기, 컴퓨터에 이어 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  영어와 중국어의 위협
  기계가 학습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계로부터 정보를 받거나 인간과 소통해야 한다. 기계끼리의 소통은 통신선의 연결 등 통상적인 기술로 가능하지만 인간과 소통하게 하려면 문서를 읽거나 인간의 말을 알아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일 뿐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는 언어장벽을 넘지 못한다. 이 문제에 도전하려면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해 미국의 몇몇 거대 IT 기업들 외에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른 나라들은 능력에 따라 이들의 기술을 언어만 바꾸어 쓰던지 아니면 도입한 그대로 쓰게 되어 미국 기술과 영어의 지배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중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 중국은 이미 독자개발을 위한 기반 IT기술과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었으며 무엇보다도 정부가 미국기술에의 의존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어와 영어가 상호 너무 이질적인 점도 한 몫을 할지 모른다. 결국 인공지능의 세계는 영어권과 중국어권으로 나뉘어 각축을 벌이라 예상된다. 이 와중에 한국어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 한글은 인공지능의 언어문제를 풀 최적(最適)의 문자
  필자는 이미 본란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장래성에 대해 수차례 논한 바 있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소리이기 때문에 소리를 표현하는 기호가 있다면 세상의 모든 언어를 그 기호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IPA(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 는 이런 목적으로 만든 공인 된 국제발음기호이지만 그 글자수가 150 개를 넘어 일반적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보다 500년 앞서 같은 목적으로 만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은 자음 5개(ㄱ,ㄴ,ㅁ,ㅅ.ㅇ)와 모음 3개 (ㆍ,ㅡ,ㅣ)를 기본으로 하여 체계화 시킨 거의 완벽한 발음표기 시스템이며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다. 녹음기가 모든 소리를 수치로 바꾸어 저장하고 재생하듯 훈민정음은 모든 언어의 발음을 기록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한 획기적인 과학기술이다. 어떤 첨단 IT기술도 녹음기의 범용성을 따라가지 못하듯 어떤 문자도 발음표기 기능에서 훈민정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영어 알파벳은 어떠한가? 영어의 city는 ‘씨티’, cake은 ‘케잌’ 으로 읽으며 중국어로 음식을 의미하는 菜는 병음 cai로 쓰고 ‘차이’로 발음한다. 이렇게 알파벳은 발음표기 구실을 못하고 그저 단어의 철자표기 수단으로 쓰일 뿐이다. 알파벳이 모여 단어가 되면 비로소 발음이 결정되지만 정작 그 발음을 알려면 녹음된 음성파일과 음향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을 한글로 표기한다면 이런 거추장스런 장치가 필요 없어지며 더구나 언어 장벽이 사라진다. 현재 city는 영어사전에서 菜는 중국어 사전에서 찾아야 하지만 이들에 한글 토를 달면 모두 한글로 된 ‘발음사전’으로 통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적용하여 인공지능기술을 만들면 알파벳의 약점극복은 물론 다언어 동시 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 언어과학연구원을 설립하자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기획해 놓은 대작 중의 대작이다. 훈민정음을 그저 자랑스런 역사 유물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한글을 단순히 배우기 쉬운 문자라고 자랑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원천기술이며 국민을 먹여 살릴 최고의 지적 재산임을 깨달아야 한다.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언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한국어는 중국어와 70%의 어휘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어 어휘를 쉽사리 섞어 쓰고 있다. 이는 부끄러운 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양대 언어인 영어와 중국어에 대한 포용력을 보인다고 할 수 있으며 이 가능성을 키워 제3의 국제어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한국어의 품격과 기능을 높이는 방안부터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한글과 한국어 연구는 지금의 연구체제로는 안 된다. 당장 전문가가 부족하며 부처별, 부서별, 학파별 이권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 급조했다가 과제가 끝나면 해산되는 연구단 체제도 문제이다. 기초가 잡힐 때까지는 단일 연구체제를 만들어 문을 닫아걸고 연구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훈민정음은 우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연구기관이 얼마든지 배워서 더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도 있다. 이들은 당연히 독자적 문서편집기와 스마트폰 등 첨단 IT 기술로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600년 된 세종대왕의 기획을 실현시켜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긴박한 시점에 도달하여 있다. 시간은 우리 편만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한글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부터 착수하자.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현재는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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