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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계’와 KT&G 전 노조위원장
‘명품시계’와 KT&G 전 노조위원장
  • 강현정 기자
  • 승인 2016.05.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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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검은 거래'..'총체적 비리온상’ 불명예

                                          파텍 필립 시계
도대체 썩어도 이렇게 썩을 수가 있을까. 초고가 파텍 필립 시계(사진)는 러시아 출장에 동행한 노조위원장에게 건너갔다.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성사한 대가이자, 앞으로 노사관계 업무에서 사측 의견을 들어달라는 사장의 부탁이 담긴 시계였다.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KT&G가 지난 해부터 진행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제 도입에 협조한 뒤 사장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은 KT&G 전 노조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는 회사 측의 요구를 들어준 대가로 민영진 전 KT&G 사장에게서 4540만 원짜리 파텍필립 명품시계를 받은 혐의(배임수재)KT&G 전 노조위원장 전 모 씨(57)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최근 밝혔다.전 씨는 또 회사공사 입찰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건설회사 대표로부터 경매정보를 받아 4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 씨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 반발을 무마해주고 명예퇴직제 도입을 도운 대가로 201010월 러시아 모스크바 출장에서 민 전 사장으로부터 시계를 받았다. 아울러 씨는 20103월 신탄진공장 리모델링 공사 때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특정 건설업체의 공사 수주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김씨에게 받고 6회에 걸쳐 42600만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CEO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올해 초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민영진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의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7월 말 사임했다. 그는 20092012년 협력업체와 회사 내부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으로부터 19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생·연구개발(R&D) 부문장(부사장)으로 있던 200910월 인사 청탁과 함께 이모 전 부사장에게서 4천만원을 받아 챙겼고, 이듬해 2월 말에는 사장 취임 직후 납품사 지위를 유지해주는 대가로 협력업체에서 3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회사 본부장급 직원 5명과 러시아 출장을 가 중동의 담배 유통상으로부터 4500만원대 스위스제 명품시계 '파텍 필립' 1개와 670여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5개를 챙겼다.심지어 자녀 결혼식을 치른 뒤인 20123KT&G와의 거래 물량 유지를 희망하던 다른 협력업체에서 '축의금' 명목으로 3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검찰의 KT&G 수사결과 밝혀진 이 회사의 경영행태는 거의 '복마전'수준이다. 납품업체와 관련한 '뒷돈'은 다반사이고, 사내 인사나 노사 관계를 두고도 '검은 거래'가 있었다. 납품업체들이 KT&G를 속여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도 드러났다. 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또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사장이 한 번 바뀐 데 이어 후임 사장마저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KT&G는 민영화로 실적과 규모 키웠지만 공기업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꼴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대 정부가 앞다퉈서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지만  개혁은 여전히 멀기만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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