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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장품 졸부’의 몰락
어느 ‘화장품 졸부’의 몰락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6.05.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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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게이트’…네이처리퍼블릭 ‘최대 위기’

 
역시 창업(創業)보다는 수성(守成)이 어렵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국내 5위의 화장품 로드숍 네이처리퍼블릭 창업자 정운호 대표의 얘기다. 중저가 화장품 업계에서 신화적인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던 정 대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명성과 영광은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또한 '화장품업계의 황금손'에서 도박과 폭행, 그리고 '로비꾼'으로 전락했다

정 대표는 맨손으로 2개 기업을 성공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트럭장사로 시작해 20대 후반인 1993년 세계화장품을 설립하며 화장품 업계에 입문했다. 화장품 브랜드 '식물원'(1996) '쿠지'(1998)를 거쳐 200312'더페이스샵'을 창업했다. 그는 화장품브랜드 더페이스샵이 성공한 2005년부터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 더페이스샵은 론칭 2년 만에 연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며 대박을 냈다.
 
같은 해 사모투자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에 지분 70%를 매각해 1000억원을 한 손에 쥐었다. 이후 2010년 어피니티와 함께 지분을 LG생활건강에 총 4667억원에 재매각했다. 이때도 200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남겼을 것이란게 업계의 분석이다. 2009년 네이처 리퍼블릭 지분 100%를 인수한 뒤 20103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화장품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6년 만에 연 매출 2800억원 규모의 국내 5위 브랜드숍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그는 암초를 만나 좌초하게 된다.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으로 기소되면서부터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 달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구속 중이던 정 대표는 여성 변호인 폭행 혐의로 고소 당한 데 이어 자신의 구명을 위한 전방위 로비의혹에 휩싸였다.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한 의혹이 불거졌다. 법조브로커가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은 부장판사를 접촉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졌다.
 
화장품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유통기업과 서울 메트로 등에 로비를 일삼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오너 개인적인 비리로 회사가 압수수색 당한 일은 처음이다. 경영상태도 전망이 좋지 않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 증시 상장과 중국 진출 등의 모든 사업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기업이미지 실추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 불매운동 움직임마저 나타난다.
 
'오너 리스크로'는 기업 이미지와 회사 조직을 흔들리게 한다정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75.4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이직하는 직원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사주를 받은 일부 임직원은 상장에 차질을 빚으면서 낙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비상장으로 매각해 차익을 남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장서 회사를 팔아 제대로 거액을 손에 쥐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한 것 같다는 풀이도 나온다
 
그가 해외도박에 이어 법조비리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네이처리퍼블릭 부정적 성장사도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이번 법조비리에 이어 롯데면세점, 서울메트로 입점 로비 의혹까지 터지면서 그동안 급성장이 정치권 인사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로비가 배경이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현재로선 네이처리퍼블릭의 연내 상장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판매망 확대 등을 통한 중국시장공략도 차질을 빚어 성장세가 꺾일 전망이다.
 
중저가 화장품시장에서 성공신화가 더 이상 빛이 바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너리스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졸부식 경영방식에서 탈피, 돈과 로비면 세상사 모두가 해결된다는 인식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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