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1~2개로 합병해야..구조조정 결단 필요"
"미국과 일본처럼 불황이 오면 구조조정 개혁을 통해 빨리 대처해야 합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감원 직원 대상으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제조업의 공급과잉이 심각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세계 3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2개 혹은 1개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말뫼의 눈물'이라는 구조조정 실패 사례도 들었다. 말뫼는 스웨덴 항구 도시로, 한때 세계 최대 조선소가 입주해 호황을 누렸으나 일본에 밀려 조선소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138미터에 달하는 대형 크레인을 사갈 곳이 없어 정부가 '공짜'로 시장에 내놨는데,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단돈 1달러를 주고 샀다. 이 대형 크레인은 현재 울산 현대중공업에 있다.
윤 장관은 "크레인을 배에 태우고 한국으로 떠나보내는 날 말뫼 시민 30만명이 항구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크레인을 향해 '그동안 덕분에 부유하고 행복했노라'고 작별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조선업이 구조조정 되지 않고 산업재편에 대한 결단, 용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조·수출의 전초기지인 울산과 포항, 거제에서 '말뫼의 눈물' 같은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윤 전 장관은 깊이 우려했다.
그는 "울산, 포항, 거제 조선소에서 근무시간이 줄고,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만 있는데 '말뫼의 눈물'을 한번쯤 머리에 담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2004년부터 2007년 7월까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금융당국을 떠난 지 8년 8개월 만에 후배들 앞에 강연자로 나선 그는 조선사 구조조정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윤 전 장관은 불황을 맞아 세계적인 화학업체인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합병절차를 마무리하고, 사업부를 통합해 최근 다우-듀폰으로 새출발한 사례를 들었다. 한때 세계 철강시장을 주름 잡던 일본도 신일본제철로 철강업체를 과감하게 통폐합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조선 3사 중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정부나 국책기관이 대우조선에 대해 지원을 할지, (이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잡을 것을 조언했다.
저작권자 © 금융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