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사료업체인 ‘대한사료’의 간부와 직원이 한 축산 농가가 개발 중인 사료를 훔쳐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농장 주인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시제품을 훔쳐간 절도 행위지만 이 업체의 직원과 회사 측은 “경쟁사 제품을 한 번 보려고 했다”고 아리송하게 해명했다.
▲ MBC 뉴스 화면 캡쳐
지난 2일 MBC뉴스에 따르면 대한사료 직원 2명은 최근 경기도 안성의 한 한우 축사에 몰래 들어가 이곳 농장주가 개발 중인 사료를 가져갔다.
MBC가 공개한 당시 CCTV를 보면 차에서 내린 남성 2명이 사료 포대를 살펴보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후 다른 남성 한명이 차에서 나와 각기 다른 사료의 포장을 뜯은 뒤 봉지에 담았다. 새로 개발 중인 3가지 사료였다. 이들은 차를 타고 사라졌다.
해당 사료는 석 달 전 농장 주인이 중소업체에 의뢰해 자체 개발한 배합 사료로 아직 출시도 안 된 ‘시제품‘이었다.그러나 사료를 가져간 한 직원은 “경쟁사 제품 한 번 보려고 담았던 것이다. (성분) 분석하고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다. 돌려주고 죄송하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대한사료 역시 “주인 몰래 가져온 잘못은 인정하지만 사료 굵기 같은 외형을 살펴볼 목적 뿐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MBC는 보도했다.
수년간 시행착오 끝에 사료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던 농장주는 “성분 분석을 해서 똑같이는 못 만들겠지만 비슷하게 만들게 되면 저는 이 제품을 포기해야 한다”고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경찰은 직원 박 모 씨 등 2명을 절도 혐의로 입건하고 회사 차원에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료 배합 기술 정보를 빼돌린 게 아니라서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보호 관련 법률로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MBC는 덧붙였다.
한편 대한사료의 전신은 한국 축산업의 태동기였던 1947년에 설립된 조선비료다. 이후 1955년 대한사료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여기에 ‘곰표’ 밀가루로 잘 알려진 국내 대표 제분제조기업 대한제분이 1970년 대한사료를 인수, 그해 11월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대표적인 사료업체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