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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계급사회'와 '이동 사다리'
'신 계급사회'와 '이동 사다리'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02.2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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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흙수저 논쟁 여전.. 청년들 보듬을 방법 찾아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자녀 입시 교육의 성패여부를 따질 때 첫째가 할아버지의 재력, 둘째가 엄마의 정보력, 셋째가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얘기가 오래 전에 나돌았다. 해가 바뀌었어도 우리나라는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한창이다. 부모의 경제 능력이 자녀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신조어이다. 요새 말로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노오력'을 해도 흙수저가 신분 상승을 하기는 실제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수저 계급론'은 얼마나 심각할까. 최근 4년간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하위 20% 계층 가운데 이보다 높은 층으로 올라간 경우는 4명 중 1명 꼴에 불과했다. 3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이야기다. 소득이 가장 많은 계층 역시 10명 중 7명이 자리를 지켰다. 중간층의 계층 유지비율이 40%대인 것을 고려하면 최상층에 들어가기도 최하층에서 탈출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지난 4년간 소득 최하위 계층이 최상위층으로 올라간 경우는 단 0.4% 밖에 되지 않았다. 순자산의 변화를 봐도 마찬가지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적은 하위 20% 계층 중에서 76%, 가장 많은 최상위 20% 계층에서는 77% 가량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결국 소득 뿐만 아니라 재산도 적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적고 많은 사람은 계속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고 스펙은 '탯줄'이고 흙수저 70% 가 '제자리걸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3년 새 한국 중산층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은 소득 분위 하락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마저 얇아지고 있다. 최근 3년 새 중산층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은 소득분위가 하락했다. 특히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4분위(소득 상위 2040%)의 계층하락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다. 소득분위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5분위로 나눈 지표다. 1분위가 소득이 가장 낮고 올라 갈수록 형편이 나아진다. 2011년 소득 4분위 가구가 2014년까지 그대로 유지된 비율은 43.8%로 나타났다. 4분위에서 5분위로 올라선 비율은 22.4%인 반면 13분위로 하락한 비율은 33.8%에 이른다.중산층으로 볼 만한 세 집 중 한 집꼴로 소득이 줄었다는 뜻이다.
 
3분위로 내려앉은 비율이 23.1%로 가장 많았지만 2분위 8.3%, 1분위 2.3%로 추락한 가구도 적잖았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계층하락 현상은 심각하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4분위 가구의 53.7%가 분위 하락을 경험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기준으로 봐도 4분위의 하락 양상은 분명하다. 2012년 순자산 4분위에 속했던 가구가 2015년에 3분위 이하로 하락한 비율은 25.5%이. 하지만 4분위에서 5분위로 상승한 비율은 18.3%에 머물렀다. 중간 정도의 순자산에 해당하는 3분위에서도 하락 비율(25.5%)이 상승 비율(23.7%)보다 높다
 
빈부격차와 중산층 붕괴 문제는 한국 뿐 만이 아니라 지금 미국에서도 매우 심각하다. 미국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빈부 양극화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계층적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한다현재 미국의 통계들은 계층 이동의 기회였던 '교육 사다리'가 사라졌을 때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위 10%에 속한 가정의 자녀들은 하층 자녀들보다 9배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상황은 우리 아이들을 그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렵다고 한다.
 

흙수저- 금수저 '신 계급사회' 고착..심각한 부와 가난의 대물림 뚜렷

 
한국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재능 만으로는 태생적인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뛰어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금수저흙수저니 하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자수성가한 경우를 가리키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젠 안통한다는 얘기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졸업하거나 사법고시 등에 합격해 성공하곤 했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난다도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흙수저, 금수저로 대변되는 '신 계급사회'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은 최근 4년 새 경제적 빈곤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13034가구 구성원의 28.2%2011~2014년 중 최소 한 해 이상 빈곤을 경험했다. 심각한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투영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고소득층과 저속득층의 월간 교육비 지출액이 8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최근 소득에 따른 교육비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교육비 지출 격차가 계층 고착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6년의 대한민국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빛이 꺼져가고 있다. 아직까지도 대학을 졸업했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 무려 334만 명에 이른다. 15년 전보다 두배로 증가한 것이다.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이에 걸맞은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은 탓이다.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과 함께 무력감에 빠져 있는 청년들을 보듬을 방법이 시급한 정책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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