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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 류동길
  • 승인 2016.02.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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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 ‘경제민주화’ 구호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유행할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모르는 많은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제민주화 특별시’ 선언식을 했다. 서울시는 어떤 특별시가 된다는 것인가.

  외교용어는 보통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하다. 당사국들은 서로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게 애매한 용어를 쓰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목표와 용어는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분명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주문(呪文)일수는 없다.

  경제민주화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개념
  2012년 대선과정에서 개념도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다. 그게 시대정신이나 된 듯이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외쳤다. 국민들은 집단 착각증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당시 김종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내세워 ‘경제민주화'를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도 없고 동의하기도 어렵다.

  경제민주화는 경제학자들조차 헷갈리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다. 경제민주화 또는 경제민주주의는 어떤 경제조직의 노동자나 이해 관계자들(소비자․공급자․일반대중)이 그 조직을 소유·통제하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진다. 고전적 개념의 경제민주주의는 경제조직을 종업원이 정치적 민주주의처럼 ‘1인 1표’의 결정에 따라 지배하게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도입한 ‘근로자 경영체제’가 유일한 현실적 모델이다. 근로자 경영체제에서의 기업은 정치적 집단과 다름없는 기업 아닌 기업이 됐다.

  우리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유와 창의를 강조하는 119조 1항과 상충하는 것 같지만,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정자본주의의 대원칙이다.

  문제는 ‘경제의 민주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의 강력한 정부주도 경제운영체제를 민간주도로 바꾸고 노사 간의 협조를 통한 산업평화와 노사공영을 도모하자는,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간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헌법 개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경제의 민주화’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재원마련은 뒷전인 채 무상복지 확대 주장과 반(反)기업 정서 부추기기, 시장의 자유 제한 등 서민의 정서를 자극하며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잡겠다는 구호로 이용한다. 경제민주화는 바로 경제문제의 정치화나 다름없다.

  성장과 일자리는 경제민주화 주장으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 급한 건 성장 동력 가동과 일자리 창출이다. 양극화 해소와 복지 증진을 위해서도 그렇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가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 두드리기만 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게 나온다는 도깨비 방망이 말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도깨비 방망이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경제민주화 주장을 하려면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성장과 일자리창출, 양극화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혀야한다. 경제민주화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나 되는 듯이 주장하면 한국경제는 해도(海圖)없이 풍랑에 휩쓸릴 가능성만 키운다. 경제민주화를 아무데나 갖다 붙이고 주장할 일이 아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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