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서 "CJ 세계적 기업 만들 기회 달라" 읍소
“모든 게 제 탓입니다. 건강을 잘 회복하고 선대 유지인 사업보국과 (조금 쉰 뒤) 미완성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어 나갈 마지막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마지막으로 재판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숨이 찬 듯 중간에 쉬기도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서울고법은 재판 1시간 전부터 기자들로 붐볐다. 이채욱 CJ 부회장은 홍보팀 임원진들과 직접 바깥에 나와 기자들에게 “포토라인을 지키고 이 회장의 건강이 염려되므로 무리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법정 방청석 역시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찼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도 방청석에 앉아 이 회장의 재판을 지켜봤다.
이 회장측 변호인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매우 악화돼 이 회장이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된다는 점을 거듭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 회장은 아내로부터 받은 신장이식수술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해져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이 약의 부작용으로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50대 신장이식환자의 평균수명은 12년인데 이 회장은 평균수명마저도 불확실하고 전문의료진의 집중치료가 필요해 수형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 회장은 아버지 장례에도 참석 못해 장자로서 영원한 불효자로 남게 된 데 대해 큰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함께 받고 있는 와중에 이 회장이 이번에 실형선고를 받게 되면 사형 선고나 다름 없으니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법 건물로 이동하는 도중에 심경과 집행유예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회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이 회장은 환자복 위에 회색빛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해 목과 얼굴의 대부분을 가렸다. 털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시선은 줄곧 아래로 향했다.
검찰의 의견진술이 끝나고 변호인이 의견을 발표하기 전 의료진이 이 회장의 링거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이 회장의 안색을 살피고 목도리를 단단히 채우기도 했다. 이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12월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한편 파기환송심 선고를 한 달여 앞둔 이재현 CJ회장이 11일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다시 신청했다.이 회장의 변호인은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에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서를 냈다. 기존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이달 21일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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