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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甲' 의식 포기해야, 소비자신뢰 얻는다.
은행 '甲' 의식 포기해야, 소비자신뢰 얻는다.
  • 조연행
  • 승인 2015.10.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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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융회사 중 가장 변화하지 않는 조직...그대로 라면 '생존'보장 못해..

 

<조연행칼럼>우리나라에 은행이 처음 소개된 것은 1899년으로 116년이 지났다. 대한제국 말 고종 황제가 창립한 대한천일은행(전 우리은행, 현 신한은행)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일제강점기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하여 영업을 시작해 이제 겨우 70년이 넘었다. 금융회사 중에서 역사가 오래된 만큼 변화를 하지 않는 조직 역시 은행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가 금융소비자운동을 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금융소비자 권리보호 의식에 가장 변화가 없는 곳이 바로 은행이란 생각이다. 그동안 은행은 소비자 위에서 군림하는 노릇을 오래 동안 해왔다.

예로부터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것이 특혜이고 그 돈으로 사업하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 이었다. 그러니 은행 문턱은 높았고, 직원들의 콧대도 한없이 높았다. 과거 우리나라가 산업화, 고도 성장기에는 사업을 하건 투자를 하건 관건은 자금이었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이 키를 바로 은행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이건 기업이건 은행에게 허리를 굽혀야 대출이라도 받아야 사업이라도 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세상은 달라졌다. 미국 정부는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금융회사 등을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로 모은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 금융을 월가에 투입했다. 그러나 월가 금융회사들은 보너스로 200억 달러를 나눠 갖는 등 돈 잔치를 벌였다. 반면 소비자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이처럼 사상 최대에 다다른 빈부격차가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게 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상대적 박탈감이 부자 1%에 저항하는 99%의 서민 소비자라는 것으로 표출되었다. 횡포를 일삼는 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 스스로 운영하는 조합으로 계좌를 옮기자는 실천 운동이 시작되면서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금융소비자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때부터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국회도, 금융위원회도 금융감독원도 금융소비자보호를 기치를 내걸고 소비자보호를 주창했다. 모든 금융회사들도 따라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말로만 금융소비자보호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소비자중심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인 듯 싶다. 앉아서 영업을 하는 은행을 제외하고 보험, 증권, 카드 등 다른 금융회사들은 그래도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진정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소비자가 무서운 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은행은 아직도 갑질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안정을 표방하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은행의 주수입원은 선진국과는 달리 후진적으로 대부분 소비자 부담만 지우는 예대마진 수입이다. 경영권다툼, 고액연봉은 차치해 놓고라도 과도한 수수료, 채권이율담합, CD금리 담합, 가산금리 고정 등 불공정행위, 담합행위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허다하다. 근저당 설정비 소비자 전가 등 잘못된 약관을 바로잡는 일도 은행의 힘때문에 매우 어렵다. 은행은 소비자를 위한 일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시대는 바야흐로 핀테크 혁신의 시대이다.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이 국경 없이 국내 소비자들과 거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태까지처럼 정부가 기존 은행을 보호하겠다고 나서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막을 수 있을 지는 의심이 든다. 핀테크 기업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장막을 치려하지만 모두다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계는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장막으로 우리나라의 은행과 핀테크기업을 보호할 수 있을 지는 정말로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아직도 갑질의 향수에 빠져 있다. 소비자중심으로 경영의 중심축이 이동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절대로 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 소비자 없는 공급자는 존재할 수가 없다. 만일 외국의 소비자중심 첨단 핀테크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온다면 소비자들이 몰릴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소비자 없는 은행이 되고 만다. 그러기 전에 소비자가 중심이라는 것을 하루빨리 깨우치길 바란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약력> 

조 연 행 / 이메일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현재)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대행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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