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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중공업 두산' 만든 박용만회장, 과거로 회귀하나?
<정리뉴스>'중공업 두산' 만든 박용만회장, 과거로 회귀하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5.09.0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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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 도전에 "'먹고 마시고 쓰는' 소비유통업종 돌아가나" 회의적 시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경영환경이 바뀔 때 성공의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5 두산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어도 바람에 맞춰 돛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인도 속담을 들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목적과 방향 없이는 노력과 용기가 있더라도 충분하지 않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도 함께 소개했다.

중후장대(重厚長大)형 두산그룹 만든 박 회장, 면세점 도전은 '성장 한계'? 

 
박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것은 '성공을 향한 방향설정'의 중요성이다. 그는 1995년부터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이끌어 낸 공신이다. 박 회장의 주도로 두산그룹은 보유 부동산 및 3M, 코닥, 네슬레와 같은 주력 소비재사업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 인프라업체를 인수했다. 그 결과 두산은 크게 성장했고 글로벌 산업재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이 '먹고 마시고 쓰는' 소비재 산업에서 중후장대(重厚長大)형 그룹으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던 것은 사실은 박 회장 공로다.
 
최근 재계에서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이 동대문 두산타워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워 면세점사업에 도전을 선언한 데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박 회장은 그동안 두산그룹을 중공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주력해왔으나 이제는 한계를 느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두산그룹은 OB맥주, 버거킹, KFC, 두산동아 등 소비재사업을 정리해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중후장대형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비중공업 계열사는 두산타워, 오리콤, 두산베어스 정도다. 두산그룹은 1995년 이후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왔다. 박용만 회장은 당시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사업 구조개편의 밑그림을 그렸고 그 뒤에도 중공업 중심의 사업재편을 주도해 왔다.
 
대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미쓰이밥콕, 밥캣, 스코다파워, 엔퓨어 등을 인수해 중공업 중심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으로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부채비율은 265.9%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252.4%에서 소폭 늘어났다. 이 밖에도 주요 계열사의 부채비율을 보면 두산중공업 275.4%, 두산인프라코어 280.6%, 두산건설 160.6%, 두산엔진 120.5% 등으로 만만치 않다.
 

수주 중심 사업구조 두산그룹, 최근 현금흐름 좋지 않은 듯

 
두산은 수주 중심 사업구조로 최근에는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상반기 두산의 영업이익은 4393억 원이었으나 영업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200억원이었다. 유동성 지표인 유동비율은 93.9%로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데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면세점사업은 유통업의 꽃이라 불리며 평균 영업이익률 8%로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하다. 더욱이 면세점사업은 연평균 두자릿수 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여러 재벌들이 욕심을 내고 있다.
 
따라서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현금창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박 회장으로 하여금 서울 시내면세점 도전을 결정하게 한 요인이다. 두산은 중공업 등 다른 사업과 면세점 사업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산 관계자는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는 했으나 두산타워 등 유통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면세점 사업 진출 역시 오래 전부터 검토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4일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유치할 계획이라면서 지주사인 (주)두산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두산타워를 통해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과거 유통업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두산그룹 주변에는 주총을 앞두고 4세 경영인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의 두산그룹 회장 승계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소문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주주총회에서 박용만 회장 체제가 그대로 이어지는 결정이 내려졌다. 박 회장이 물러나고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및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그룹 총수에 오른다는 관측이 돌기도 했지만 소문으로 끝났다. 두산그룹은 안정 속에서 성장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는 박용만 회장을 끝으로 두산그룹 3세 경영시대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장자 승계를 위해 박용만 현 회장이 임기 동안 그룹의 장자인 두산건설 회장 박정원(박용곤 명예회장의 장자)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들어 박용곤 명예회장이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형제의 난' 등 두산그룹 이미지 추락사건들 끊이지 않아

 
문제는 그동안 두산그룹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5년 두산그룹은 삼남인 박용성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른바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두산그룹은 '형제 간 경영권 승계'라는 이른바 '브라더십' 전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용오 전 회장은 이사회 하루 전 날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해 이른바 '형제의 난' 사건이 벌어지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두산그룹은 10여년 동안 326억 원의 비자금을 횡령하여 총수 일가의 세금과 가족공동경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두산 관련자 3명이 불구속기소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가족을 고발한 이 사건으로 박용오는 두산가에서 제명됐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2009114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은 올들어 중앙대 이사장 재직시절 특혜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그는 또 공,사석에서 여러차례 '막발' 파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밖에 두산그룹 4세가 섹스동영상 사건에 휘말려 그룹이미지를 떨어뜨린 일도 있었다. 미인대회 출신 30세 여성이 남자친구와 짜고 두산그룹 로열패밀리 4세인 박 모(47) 사장을 상대로 성관계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 30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섹스스캔들로 두산그룹이 한동안 호사가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두산의 창업자이자 박 회장의 조부인 박승직 창업자는 1920년대 공산품으로서 제작된 한국 최초의 화장품 '박가분'을 만들고 주식회사 박승직 상점을 설립한 두산 창업주다. 두산그룹은 1990년대 중반까지 OB맥주 등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 회사였다. 그러나 1997년 음료사업부 매각을 시작으로 OB맥주, 종가집김치, 두산주류, 버거킹, KFC, 두산동아 등을 줄줄이 팔아치웠다.
 

20년 동안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 '성공을 향한 방향설정'  주목

 
그동안 먹고 마시고 쓰는소비재산업에서 모처럼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온 두산그룹이 이번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 도전을 계기로 다시금 옛 주력사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회의적 반응도 나온다. 두산그룹은 1995년부터 20년 동안 일관되게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왔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중후장대형 그룹경영에 치중하지 않고 당장 손쉬운 면세점 경영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두산은 면세점사업 경험이 없고 다른 사업부문과 시너지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용만 회장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사내 젊은 사원들과 '번개팅'을 통해 스스럼없이 저녁 자리를 갖는 편이다. 평소 의전없이 경영활동을 해 많은 에피소드도 낳고 있다. 박용만은 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매년 대학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와 해외에서 열리는 MBA 채용면접 및 신입사원 채용설명회에도 늘 직접 참석하기도 한다. 그가 평소 강조한 '성공을 향한 방향설정'이 이번에도 과연 잘된 것인지를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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