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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위한 변명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위한 변명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7.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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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복귀하는 부총리 한계..경제체질 개선 올인해야

 

     최경환 부총리

지난 1960~1970년대 개발경제 시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 가운데 하나는 경제기획원(EPB)이었다. 경제기획원이 설립된 건 5.16 군사혁명 직후인 1961년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중추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장기영(張基榮)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취임한 19645월 이후부터다. 경제정책의 참모본부 겸 사령탑으로서 명실상부한 역할을 한 것은 이 때 이후다.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독려아래 경제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장 부총리의 적극적 성격이 겹쳐 기획원의 높은 위상이 확립됐던 시절이다.

장 부총리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금융인 출신이지만 한국일보 사주이기도 했다. 그는 관청절차나 관례에 얽매이지 않았다. 갈 길이 먼데 방법을 가릴 시간이 없다는 식이었다. 파격적 발상과 임기응변적 수단이 많이 동원되었다. 어떨 때는 변칙적 방법과 억지도 동원했다. 취임하자마자 기발한 아이디어와 행동력으로 기획원을 장악했다. 이 여세를 몰아 경제부처들을 제압했다. 기도 세고 얼굴도 두꺼웠다. 여기에 쾌도난마식으로 일을 풀어냈다. 확대성장을 지향하는 진취적인 기획원과 안정 위주의 보수적인 재무부는 충돌하기 마련이었다. 그 때마다 재무장관이 경질됐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장 부총리를 신임했다.

 

'불도저 경제부총리' 장기영식 성장의 추억

 
장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장애가 되는 장관들을 갈아치우곤 했다. 열차가 달리는데 어느 한 차량이라도 보조가 맞지 않으면 열차 전체가 속도를 낼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는 재임중 국회 불신임 제안을 세 번이나 받았지만 불도저 같은 기세로 일을 했다. 장기영 장관은 부총리 권한을 확실히 행사했다. 취임하자마자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경제부처들을 장악해 나갔다. 모든 경제시책과 법안들은 거기에서 심의 조정됐고 국무회의는 거의 요식행위였다.
 
박정희 대통령도 경제를 챙기면서 장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료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 시대적 배경과 장 부총리의 적극성이 어우러져 경제기획원은 온갖 일에 손을 댔다. 법률로 정해진 예산, 물가, 경제협력 업무 외에 넓은 의미의 경제란 이름 아래 금융, 농수산, 수송, 건설, 보사 분야도 간여, 주도했다. 물가대책회의를 통해 범부처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했다. 다소 비정상이었지만 그 땐 그런 무리수가 통했다. 그래서 기획원이 독주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장 부총리 자신은 독주가 아니라 장애물 경주를 했다고 말했다. 일을 하려하니 견제하는 데가 워낙 많아 장애물 경주하듯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6일 취임 1년을 맞는다.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취임한 최 부총리는 내수활성화, 경제혁신, 민생안정을 3대 목표로 내걸고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 후 경기침체 속에서 경제사령탑을 맡은 그는 강력한 경기회복 정책을 이끌어 '초이노믹스(영문 성 'Choi'+'Economics'를 합성한 말)'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자신은 재임 첫 해를 "세월호 사고가 나서 경제가 어렵다고 할 때 취임해 혼신의 힘과 젖먹던 힘까지 다한 1"이라고 자평한 적이 있다.
 

취임 1년 맞는 최경환 부총리에 '혹독한 평가'

 
그러나 경제부총리로서 그의 1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독한 논평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며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최 부총리가 지난 1년 동안 3대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오로지 한 일이라고는 '빚내서 집사라' '부동산 규제해제'뿐이었다"면서 "그 결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와 이어지는 경기침체로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의 경제 수장은 대부분 관료나 학자 출신이었다. 관료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던 1950~1960년대에는 드물게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임명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전문 경제관료들이 경제정책을 책임졌다. 최 부총리는 정권 실세로 경제수장 자리에 오른 드문 경우다. 1978년부터 1997년까지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예산청 등 경제부처에서 공직생활을 했지만 주요 경력은 대부분 정치권에서 쌓았다. 3선 국회의원으로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했던 정권 실세다.
 
박 대통령이 그를 기용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고 이후 휘청거리는 한국 경제를 회복시켜 달라는 뜻이었다.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 부총리는 지난 해 7월 취임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4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LTV·DTI) 완화, 기업 유보금 과세 등은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일이었다. 막강한 권한은 책임을 수반하는 법이다. 최 부총리는 역대 어느 경제수장보다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 결과 경제 상황을 둘러싼 모든 비판의 화살도 그에게 집중됐다. 최 부총리는 앞으로도 이런 짐을 숙명처럼 짊어져야 한다.
 
올 하반기 한국경제는 회복이냐 퇴행이냐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최 부총리는 가끔 개발경제 시대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선배 경제부총리들, 이 가운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과시한 장기영 부총리같은 분들이 생각날 지도 모른다. 장 부총리는 재무·상공·농림부 장관을 중심으로 경제장관간담회를 자주 열어 주요 경제현안을 사전 조율했다. 비공식 간담회에서 미리 의견들을 개진하고 조정한 다음 정식 경제장관회의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내가 욕 많이 먹는 거 잘 알아요. 한국경제란 배에 물이 들어와 가라앉고 있는데 욕먹는다고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아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최 부총리, '무소불위' 장기영 부총리 생각날 듯 

 

그러나 세상이 많이 변했다. 1960년대 기획원 출범 시절부터 따진다면 그로부터 벌써 50여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아무리 뜻이 좋아도 헌법과 법률의 기반 아래 야당 및 언론과의 소통과 타협의 기술이 없으면 비록 부총리라고 해도 뜻을 펼칠 수가 없다. 최 부총리는 가끔 현실적 고충을 기자들에게 솔직히 토로한다고 한다. 그는 "구조 개혁을 하려면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뭐만 잘못되면 나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동네북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나는 누가 뭐래도 진정성과 소명의식을 갖고 '불이야'라고 외쳤다. 그랬더니 '불이야'만 외치고 왜 못 끄냐고 타박한다""불끄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 혼자 불을 끌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최 부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 쯤엔 여의도로 돌아갈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 실제 수출과 내수 등 경제지표도 개선 기미가 없고 이 상태로 가면 성장률은 3%대에서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설상가상으로 메르스 사태에 이어 그리스발 충격, 중국의 증시 폭락 등이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은 말만 무성할 뿐 가시적 성과도 없도, 청년실업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따라서 악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응, 추경 등 재정을 신속히 집행하면서 경제체질 개선에 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의도 복귀가 예정된 경제부총리에게 리더십이 생길 리 없다. 재임기간 동안이라도 구조개혁에 집중, 경제 재도약을 발판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최 부총리가 이 정도라도 제대로 한다면 정치인 출신이지만 그나마 제 역할을 한 경제부총리로 평가될 것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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