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6:55 (금)
윤종규의 '인사실험'-절반의 성공
윤종규의 '인사실험'-절반의 성공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5.30 18:4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문제 해결 기여..세대간 상생 모델 구축

 
사회의 정년연장과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이슈다. 청년 고용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에 60세 정년이 의무화 되면 앞으로 수년간 청년들에게 '고용절벽'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 집안에서 정년을 마친 아버지와 취업을 앞둔 자식 간에 취업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앞으로 정년이 연장된다고 하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면 가족 간의 취업경쟁은 훨씬 심화할 것이다.

KB국민은행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1,121명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 슬림화를 주창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야심 찬 실험은 우리 사회의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절벽' 문제의 한 해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민은행이 지난 22일부터 일주일간 임금피크제 직원 1,000명과 일반 직원 4,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체 대상자의 20%가량이 신청한 것이다.
 
2010년 어윤대 전 회장 시절 희망퇴직자는 3,200명에 이르렀다국민은행 측은 "조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작년 희망퇴직 때 88명만 나간 것에 비춰 보면 (이번 1,100여명 신청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노사 합의 아래 대규모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희망퇴직 조건을 보다 완화했으면 신청자가 더 늘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임금피크제 직원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동시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조건을 달리한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 직원에게는 최대 28개월 이내, 일반 직원은 기본 30개월에서 직급에 따라 36개월 이내의 특별퇴직금을 준다.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정년 60세가 보장된다. 따라서 굳이 후배들보다 적은 돈을 받고 퇴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신청 자격도 최소 15년 이상 장기근속자 또는 만 45세 이상 직원으로 한정했다. 예를 들어 대리급 직원은 1970년 이전에 태어나고 15년 이상 근무 요건을 채워야 희망퇴직 신청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대동은행과 동남은행 출신들을 자격 조건에서 제외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파고를 맞고 퇴출된 대동은행과 동남은행은 각각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에 넘어갔다. 당시 이들 은행은 자산·부채(P&A) 인수 방식으로 인수됐다. 고용승계 의무는 없었다. 대다수의 인력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서 일부 고용된 직원들도 이전 근속연수는 보장받지 못했다.현재 국민은행에 다니고 있는 대동·동남은행 출신들은 98년부터 새로 근속연수가 계산됐다. 따라서 2018년이 되어야 '20년 근속' 조건을 채울 수 있다.
 
나이가 많아 희망퇴직을 하고 싶어도 채널의 제약으로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 출신 직원은 수십명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대동·동남은행과 비슷한 시기에 품에 안은 장기신용은행의 경우에는 두 은행과 달리 정상적인 인수·합병(M&A) 방식이었다. 고용승계가 가능했다. 장은 출신들은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 출신처럼 합병 이전 근속연수도 포함해 20년이 넘으면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희망퇴직을 받은 것은 2010년 어윤대 회장 시절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청년실업과 정년연장 문제를 조화시킬 방안으로 제시한 것에 노조 측이 동의해 성사됐다.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과 함께 지난 2008년부터 도입했던 임금피크제도 새롭게 개선했다.55세부터 직전 연봉 총액의 50%로 삭감하는 대신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기존 방법(일반직무)에서 영업현장을 뛰며 성과급을 받는 마케팅직무, 희망퇴직으로 세분화했다.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도 개선을 통해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세대 간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국민은행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이다. 그래서 젊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면 아마도 20~30대 중에서도 꽤 많은 수가 신청했을 것이다. 퇴직하고 1년 뒤 시간제 계약직으로 재고용하기로 한 것도 언뜻 봐서는 당근책이지만 '1년 뒤'라는 조건이 달려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1년 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덜컥 그 기회만을 바라고 그만두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 슬림화를 주창하며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 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야심 찬 실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청년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내달 중으로 범정부 차원의 청년고용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회장의 인사실험은 앞으로 다가올 청년 고용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시사점이 클 것이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