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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포스코..정치권력의 탐욕과 참사
아! 포스코..정치권력의 탐욕과 참사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3.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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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는 경제개발 신화..'포스코 인사 불개입 선언' 나와야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산업화 초기에 철강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업이라는 것을 잘 아는 세대다. 부모와 형제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일으켜 세운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은 필자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이 당시 중화학공업의 2대 핵심 사업은 포항제철과 울산석유화학단지 건설이었다.

문제는 2억 달러 가까운 소요자금의 조달이었다. 국제사회는 개발도상국의 종합제철공장 건설을 부정, 반대하는 추세였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제차관단이 구성됐으나 그 진척이 지지부진했고 세계은행과 미국 수출입은행은 차관공여를 반대, 거부했다. 국제적 적정규모가 1000만 톤인데 비하여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100만 톤 규모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필요한 철강을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사다 쓰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른 셈법이었.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핵심 소재인 철을 자체 생산하지 못하면 공업화 뿐만 아니라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 등의 육성발전에 큰 차질이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차관선을 미국에서 일본으로 돌려 교섭하도록 했다. ·일 양국 정부 간 교섭과 병행하여 박태준의 막후 정치적 교섭이 진행됐다. 일본 자민당 실력자의 측면 지원에 힘입어 청구권자금과 차관으로 제철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 때 다음과 같이 말하며 박태준에게 포항제철 건설의 임무를 맡겼다.
 
나는 임자를 잘 알아.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어떤 고충을 당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할 수 있는 인물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어. 아무 소리 말고 맡아. 임자 뒤에는 내가 있어. 소신껏 밀어붙여 봐.”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박태준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19704, 103톤 규모의 본 공장 건설이 착공됐다. 박태준은 직원들에 대한 훈시에서 청구권자금은 조상들의 피의 대가라고 전제하고 포항제철공장을 제대로 못 지을 경우 우리 모두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자라고 비장한 말을 하면서 독려했다. 시멘트 콘크리트 양생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할 경우 모두 뜯어내고 다시 시공토록 하는 등 철저한 감독을 했다. 직원들에게는 군대 이상으로 엄격한 업무처리를 요구했다.
 
드디어 19731월 포항제철이 준공돼 첫 쇳물을 쏟아냈다. 3년 동안 고생했던 임직원들은 감격의 눈물과 함께 만세를 합창했다. 박 대통령은 포항제철에 대한 외부의 청탁, 간섭, 이권개입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 박태준에게 종이마패를 써 주는 등 특별 경계를 했다. 박 회장은 포항제철 건설을 위해 혼신을 다해 헌신했으면서도 평생 동안 그 주식을 1주도 갖지 않았다. 이후 포항제철은 발전을 거듭하여 광양만에 제2 제철기지 건설을 확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철회사가 됐다. 지난 1992103일 광양제철 건설을 끝낸 박태준은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찾아 제철산업 건설의 임무완수 보고를 했다.
 
포항제철은 빈곤 타파와 경제부흥을 위해서 일관제철소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각하의 의지에 의하여 탄생했습니다. 그 포항제철이 어제 포항·광양 양대 제철소에 조강생산 2100만 톤 체제의 완공을 끝으로 4반세기에 걸친 대 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중략) 연인원 4000만 명이 땀 흘려 이룩한 포항제철은 이제 세계 3위의 거대 철강기업으로 성장했고 우리나라는 세계 6대 철강 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이룩한 포스코 신화가 지금 속절없이 붕괴하고 있다. 포스코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부실기업이나 본업과 상관없는 기업을 사들이는 '묻지마'식 투자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계열사 편입이후 얼마 안 돼 매각·합병 등으로 사라진 회사가 수두룩하다. 세계적인 우량기업으로 손꼽혀 온 포스코는 급속히 악화된 재무구조로 허덕이고 있다. 정준양 전 회장 취임 첫해 10%대를 유지했던 영업이익율은 5% 아래로 떨어졌으며, 부채비율 역시 40% 미만에서 90%대까지 치솟았다.
 
차입금도 눈덩이가 됐다. 정 전 회장 재임기간 동안 늘어난 차입금만 10조원에 이르고, 이는 결국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현재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 해 권오준 현 회장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다짐했던 것도 부실한 곳간이 배경이 됐다. 2009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정준양 전 회장 재임기간 동안 포스코 계열사는 31개에서 71개로 불어났다. 창사이후 이례적인 엄청난 몸집불리기로 '공룡'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하지만 인수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진 계열사도 많다.
 
대표적인 부실사례는 포스코가 부도직전의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1600억원이나 주고 사들인 특혜의혹이다. MB정부의 실세들과 성진지오텍 포스코가 합작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M&A라는 점에서 포스코에 대한 검찰수사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성진지오텍인수를 결정했을까. 포스코 주변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정권실세들의 배경으로 회장자리에 올랐다는 설이 파다했던 정 전 회장의 특혜인수결정에는 정권실세들이 개입한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이명박(MB) 정권 실세들이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전 전 회장과 정 전 회장은 MB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를 두고 이번에야 말로 비리의 뿌리까지 파헤쳐서 후세들에게 교훈다운 교훈을 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문민정부나 국민의정부 시절의 야전병원 수술식 사정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이다. 박정희 정부가 굴욕적인 한일협상을 통해 얻어낸 돈으로 탄생했다. 국가에 무거운 부채를 진 채로 출발한 것이다. 포스코가 '철강보국(鐵鋼報國)'을 사훈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사훈에 걸맞는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의 자랑거리인 포스코가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망가진 데 분노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검찰이 이번에야 말로 아무리 철저한 수사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 시중에서 나온다.
 
우리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력이 공기업을 전리품처럼 농단하는 사례를 줄곧 봐왔다. 포스코는 지금 민영화된 지 오래다. 다만 확실한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KT와 더불어 정부가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기업이다. 위정자들은 48년 전 이 땅에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했던 우리들의 부모님과 형제세대들의 악착같은 노고를 생각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탐욕이 포스코회장 자리 거래로, 그리고 이것이 급기야 정격유착으로 이어져 지금 포스코의 몰락을 낳고 있다.
 
대통령선거에 이긴 뒤 좋은 자리를 전리품 삼아 탐욕정치를 펼치는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하지 않는 한 이번 포스코와 같은 사태는 구조적으로 또 재발할 수 밖에 없다. 우리와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쌓은 경제신화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가. 청와대와 정치인들이 앞으로는 포스코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특별담화라도 지금 당장이라도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대권후보들은 이를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무슨 참사이든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소를 잃고서라도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포스코사태에 대한 해답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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