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등 '정피아'들이 대거 내려 앉은 우리은행에 이어 새로 내정된 KB국민은행 사외이사도 ‘정피아’ 냄새 솔솔 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1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김우찬 법무법인 한신 대표 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 교수, 유승원 고려대 경영학 교수 등 4명을 선임했다.
KB금융은 지난해 ‘KB 사태’로 전임 회장과 행장이 물러나고 기존 사외이사들(지주·은행) 모두 오는 26~27일 주주총회 시점에 맞춰 자진 사퇴할 예정이다. 이번 사외이사들은 윤종규 회장 체제의 출범에 맞춰 ‘새 부대에 담는 새 술’이다.
그러나 인선내용이 그다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클린공천지원단’(새누리당)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국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새누리당 추천) 위원이다. 박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선임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부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혁신의 고삐를 바싹 죄고 있는 현 정부 역점 사업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금융감독 당국 실세 친구의 부인이기도 해서 부단장 선임 때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조 교수는 현 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연세대 경제학과 동기생이다. 유 교수는 현 정부 핵심 인맥으로 분류되는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최 부총리가 최근까지 위스콘신대 한국총동문회장을 맡아 오다 올 초 이 자리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넘겨줬다. 현 정부 실세들과 통하는 ‘관문’이 위스콘신대이다.
물론 특정 대학 동문이라고 해서, 현 정부와 인연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정피아는 아닐 것이다. KB금융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를 심사숙고해 윤종규 회장이 직접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KB금융 사장직 부활과 은행 감사, 계열사 대표 자리를 놓고 윤 회장이 적잖은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들린다. 한 금융권 소식통은 "이번 국민은행 사외이사 선임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윤 회장이 ‘소신껏’ 전문가들을 영입한 것인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다만 뭔가 성층권에서 정피아 낙하산들이 꾸준히 꿈틀거린다는 점에서 이번 국민은횅 사외이사 선임도 개운찮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