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9:10 (토)
미봉책 그친 금감원의 '제재심 개편안'
미봉책 그친 금감원의 '제재심 개편안'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5.02.13 01:29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KB내분' 당시 제재심 위원들 회유..'꼭두각시'역할 탈피해야

 
올해 상반기 중 제재심의위원회가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라는 점이 관련 규정에 명시되고, 금융위원회 직원은 제재심에 참석할 때 통상적 안건에 대해선 의결권 없이 발언권만 행사하게 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12일 제재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감원 제재심 개편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개편 방안이 지난 해 'KB 내분사태' 당시 불거진 제재심 관련 잡음을 봉합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급조한 미봉책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금감원은 지난 해 KB사태 제재심 논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지연되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또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엎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국정감사 때는 금융위 직원의 제재심 참석과 역할문제가 집중적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논란이 있는 사안은 빨리 심의하고,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골자다. 또 금융위 직원은 일상적 사안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널리 알려서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이번 개편방안은 별로 내용이 없는 '맹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록 제재심 위원의 보안 책임을 강화하고, 제재대상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긴 했다. 하지만 금융권과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서 별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제재심 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려 했다기보다는 향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 땜질 처방을 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는 민간위원 수를 배로 늘리겠다고 한 것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대목이 없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향후 제재심 제도 선진화 방안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으나 금융권은 크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뭔가를 하려면 즉각 결행하고,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금융당국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장의 입맛에 맞도록 일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반론이다.
 
그러나 KB사태 이후 6개월 만에 나온 이번 개선안은 ‘용두사미’라는 느낌이다. 논란의 핵심이던 회의록 세부내용 공개가 빠진 탓이다. 애초 KB사태로 촉발된 금감원 제재심의위 문제는 ‘로비의혹’과 이에 따른 ‘졸속처리’로 집약된다. 로비설이 횡행한 가운데 제재심의위는 새벽에 회의실 외부에서 논의를 진행한 후 밀어붙이기식으로 결론을 내 의혹을 증폭시켰다.

금융위의 의결권 제한도 논란거리다. 금융위가 종전의 ‘기밀주의’ 관행을 더 강화하면서도 ‘관치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도 준사법기구의 원칙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심결서를 통해 제재 결정 사항을 세세히 공개하고 있다. 제재 조치의 가중, 감경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사후적으로 회의 세부내용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개편 방안에서 금감원 직원의 제재심 위원 회유에 대한 처벌 문제는 쏙 빠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개편 방안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 개편방안을 설명하면서 제재심 위원의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아울러 제재 대상자가 제재심 위원을 만나 로비에 나설 경우 제재심 위원을 해촉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의 제재심 위원 회유 문제와 처벌에 대해서는 이번 개편방안에서 언급조차 없었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금감원 직원의 제재심 위원 회유는 제재 대상자의 제재심 위원 로비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KB 내분 사태 당시 제재심 최종 양형을 앞두고 금감원은 조직적으로 제재심 위원들을 회유했다.
 
직원들이 제재심 일부 위원을 찾아가 금감원장의 뜻이라며 임영록 KB금융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은 금감원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제재심의 위원장(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런 금감원 직원들의 조직적 회유 사실을 알면서도 원장과의 불화설로 비칠까 봐 문제제기조차 못했다. 제재 대상자가 제재심 위원을 만나 로비에 나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사례도 별로 많지 않다.
 
모처럼 금융당국이 마련한 개편안이 금융권과 시장의 신뢰를 받으려면 제재심 위원을 대상으로 한 제재 대상자의 로비를 막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금감원이 이미 양형 기준을 세워놓고 재재심 위원을 회유하고 설득하는 것과 같은 구태를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다. 말로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뒤에선 위원들에게 사실상 압박을 준다면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꼭두각시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