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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접고 경제·복지 정책 새로 짜라
'증세 없는 복지' 접고 경제·복지 정책 새로 짜라
  • 류동길
  • 승인 2015.02.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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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나라곳간 사정 생각 않고 퍼주겠다고 한 무상복지 타령과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잘못 낀 첫 단추였다. 괴테는 일찍이 '첫 단추를 잘못 끼면 마지막 단추는 낄 구멍이 없어진다.'고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환상(幻想)이다. 환상은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말한다. 환상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탈이 나는 건 당연하다. ‘나라 곳간 채우는 건 너의 의무일 뿐 많이 받겠다는 건 나의 권리’처럼 돼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연말정산 파동이 일어난 것은 세제개편에 따라 소득세 감면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고 감면내용이 조정돼 세 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소득구간에서도 부담이 늘어나 봉급소득자의 울분을 샀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제개편의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탓도 크다. 세제개편 당시 별 말이 없던 언론들이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비판적 보도를 쏟아낸 것도 파동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연간 납부할 세금이 정해져 있는 경우 연말정산은 덜 낸 세금은 더 내고 더 낸 세금은 돌려받는 그야말로 정산(精算)이다. 연말에 적게 돌려받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원천징수를 적게 한 것이다. 그러니 ‘13월의 세금폭탄’이란 말은 틀린 말이다.

  그런데 왜 야단인가. 세액공제는 고소득층에게 불리하고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세공평성을 조금이나마 높인 것이다. 그러나 연말정산 환급금을 관행처럼 받아왔던 직장인들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거나 부담이 늘어났다. 고소득자는 물론 저소득자에게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파동이 나자 수습책이라며 비과세감면을 다시 늘려 소급적용하겠다고 한다. 조세개편이 잘못됐다는 건가. 조세저항이 생길 때마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건가. 연말정산 파동에 놀라 정부는 비겁하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을 중단하더니 비판이 일자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은퇴·실직·저소득층의 부담을 낮추고 고소득층의 부담을 높이려는 게 건강보험 개혁안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인데 정책이 갈팡질팡하니 황당하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공약 134조8000억 원은 비과세·감면 정비(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27조원), 세출 절감(84조원) 등으로 충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두 공염불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세수(稅收)부족은 11조원을 넘었다.

  무상복지(무상보육·기초연금·장애인연금·반값등록금·무상급식)예산은 2012년 14조 8000억 원에서 1015년에는 27조 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전업주부조차 갓난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긴다. 기초연금 예산만 따져도 2012년의 4조원에서 2015년 10조원, 2030년이 되면 50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런데도 ‘증세 없는 복지’에 얽매여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담뱃값 인상과 같은 ‘꼼수 증세’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필요한 세금이라도 세금부담을 반기는 국민은 없다. 국민을 설득해서 증세를 하든지 아니면 ‘무상복지’를 축소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지난 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많은 국민들도 ‘증세 없는 복지’정책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안다. 표가 급한 상황에서 무리한 공약을 해놓고 그걸 지키겠다는 건 옷매무새는 어떻게 되든 잘못 끼운 단추를 계속 끼워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을 접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경제·복지정책의 새판을 짜야한다. 경제와 나라를 살리는 길이 먼데 있지 않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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