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하나·외환은행 합병 절차 중지 가처분 결정으로 곤경에 빠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10일 "외환은행의 실적 악화 요인은 외환은행의 이전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김병호 하나은행장의 취임식이 끝난 뒤 "론스타 시절 외환은행 조직과 직원에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론스타가 빠져나간 현재는 과거 4∼5년을 수습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에 적자가 난 곳은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정도다. 작년에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외환은행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하나은행이 달성한 당기순이익의 70∼80% 정도는 해줘야 한다"면서 "현재 그렇지 못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은 잠재력이 대단한 회사"라면서 "이 은행 임직원들과 노동조합이 이런 상황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조기 하나·외환은행 합병 절차를 중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오는 6월 말까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와 의결권 행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김 회장은 "현재 외환은행의 4분기 실적 자료를 포함해 법원에 제출할 이의 신청서를 준비 중"이라면서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자라면 언제 올지 모르는 사전적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과거의 자료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