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6월 말까지 하나·외환銀 합병 절차 중지 가처분 전격 결정
법원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절차를 오는 6월30일까지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합병작업을 주도해 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올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은 하나금융 내부에 필적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서 연임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하나-외환은행의 통합협상 난항에 이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김 회장의 연임 여부에 가장 큰 변수로 등장,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조영철 수석부장)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지주의 일방적 통합절차를 중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로써 외환은행은 오는 6월30일까지 금융위원회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인가를 신청하거나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승인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됐다. 또 하나금융지주는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찬성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가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그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합의서는 합병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아니라 일정기간 제한하는 내용으로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금융위의 중재 아래 노사 간 오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작성됐다"고 판시했다. 또 "지금 당장 합병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19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합병인가 신청 ▲합병관련 주주총회 ▲하나은행과의 직원간 교차발령 등 2·17 합의서 위반행위의 잠정적인 중지명령을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온 조기통합절차는 그 명분을 잃게 됐다"면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법부의 용기있는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노사정 합의를 휴지조각 취급하며 경영권을 남용하는 행태가 시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태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화두로 내세웠다.백척간두는 백자나 되는 높은 장대의 꼭대기에 올라선 형상을 말한다. 이미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올라갔다는 것이다. 진일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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