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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은 ‘언론의 자유’ 외칠 자격 없다
종북은 ‘언론의 자유’ 외칠 자격 없다
  • 이도선
  • 승인 2015.0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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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칼럼> 신년 벽두 프랑스를 피로 물들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계기로 ‘언론의 자유’가 새삼 화제다. 1월7일 풍자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폭거로 시작된 사흘 동안의 연쇄 테러로 파리 안팎에서 시민과 경찰 17명과 테러범 3명이 사망했다. 며칠 뒤 파리에 운집한 150만 인파는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를 외치며 언론의 자유를 지지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과 평소 앙숙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까지 포함한 세계 40여국 정상이 팔짱 끼고 이들의 시가행진에 앞장섰고 미국에선 행사에 불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언론의 자유는 물론 소중하다. 그러나 요즘 국내에서 샤를리 사태를 종북주의에 접목시키려는 엉뚱한 시도가 엿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한마디로 밖에선 언론의 자유를 지키자고 저렇게 난리인데 어째서 안에선 억누르지 못해 안달이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는 예가 ‘종북 콘서트’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의사 표현은 얼마든지 포용할 만큼 성숙해졌는데도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를 구속하고 재미교포 신은미 씨를 강제 출국시킨 것은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꽤 알려진 사람들이 TV나 신문에 나와 ‘대한민국의 옹졸함’을 대놓고 질타한다.

  
이들은 신 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도 표현의 자유 제한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기고만장이다. 하긴 뉴욕 타임스도 “북한을 여행하고 긍정적으로 언급한 한국계 미국인이 북한에 동조했다는 보수층의 공격을 받고 한국에서 추방됐다”고 전했으니 종북주의자들로서는 한국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고 떠들어 대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미국은 ‘원쑤’라면서도 이럴 때에는 그들에게 기대려는 모양새가 측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전부 옳은 건 아니니 착각은 금물이다. 미국에는 ‘애국법(USA PATRIOT Act)’이란 게 있다. 정식 명칭은 ‘Uniting and Strengthening America by Providing Appropriate Tools Required to Intercept and Obstruct Terrorism Act’로 ‘테러 차단·방지에 필요한 적정 수단 제공에 의한 미국 단결·강화법’쯤으로 해석된다. 흔히 ‘반(反)테러법’으로 불리며 1979년 제정 이후 미국이 매년 4월 국제테러보고서를 발표하고 테러지원국을 지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애국법을 개정해 대규모 감청과 테러혐의자 장기 구금 등을 허용했다. 우리 국보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격해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미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개인의 자유가 아무리 중요해도 국가안보와 충돌한다면 일부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언론의 자유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 알 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를 공공연히 지지하고 테러를 선동했다간 대번에 구속감이다. 미국이 우리보고 국보법 운운할 처지가 결코 못 된다는 얘기다.

  
샤를리 사태도 속사정이 복잡하다. 발행부수가 6만 부에서 사건 직후 700만 부로 폭증한 것은 시가행진과 마찬가지로 샤를리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연대의 징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바로 그 프랑스에서 사건 직후 유명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 등 54명이 테러 미화 또는 선동 혐의로 체포된 것은 역설적이다. 페이스북에 "오늘 밤 나는 ‘샤를리 쿨리발리(테러범)’처럼 느껴진다"고 쓴 디외도네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고 징역 7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다른 사람의 신앙을 모욕하거나 조롱해선 안 된다”며 무분별한 언론의 자유를 꾸짖었고, 샤를리 최신호가 모하메드를 또 야유하자 이슬람권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결론적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사회를 파괴하려는 세력에는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북이 존망(存亡)을 걸고 맞서 있는 터에 종북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국을 나무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다. 그보다는 작년 9월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대표단에게 “박근혜 때문에 죄송합니다” “박근혜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외친 황선 씨 남편 윤기진 씨의 경우에서 보듯이 종북주의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너무 많이 누리며 활개 치는 게 탈이다. 

  누가 봐도 종북인데도 아니라고 우기며 ‘종북몰이의 희생자’로 포장하려고 안간힘 쓰는 것도 그렇지만 종북에도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가관이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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