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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김중수와 이주열
한은 총재-김중수와 이주열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5.01.2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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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퇴임 총재 '서열파괴' 인사에 주의조치 내린 함의

 
지난 20122.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는 큰 동요가 일었다. 김중수 총재가 단행한 부총재를 비롯한 임원급 집행간부와 국.실장급 내정 인사 결과 때문이었다. 당시 인사에서 밀려난 금융시장국장과 조사국장은 총재 취임 이후 조직을 떠나간 전 국제국장과 정책기획국장과 함께 소위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이들이었다. 이들을 일거에 인사조치한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특정 수장에게 잘 보여 이 같은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라, 수십년 간 한은을 위해 탁월한 전문성과 업무수행 능력을 보여왔다. 그래서 그런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나름의 한은맨으로서 자존심을 갖고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물가안정을 위해 부단히 노렸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기존의 승진구도, 즉 한은의 '순혈주의'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순혈주의란 개인 역량의 외적인 부분들로 조직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에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당시 인사는 김 총재 만의 순혈주의를 심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받았다. 비 한은 출신인 김 총재는 자신의 한정된 임기를 고려, 급격한 변화를 시도했을 것이다. '소프트 랜딩'식으로는 한은의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말이다.
 
세월이 흘러 한은 출신인 이주열 총재가 친정인 한은의 수장으로 돌와왔다. 20144. 이 총재의 취임사를 듣던 한 고위 간부는 긴장감 역력한 표정으로 "하루 만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시작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총재는 취임일성으로 "경영관리 시스템과 업무수행 방식의 전면 재점검"을 천명했다. 하루 전 중단 없는 개혁과 경쟁을 당부하고 떠난 김중수 전 총재와는 완전히 다른 청사진이다. 조직 운영 원칙엔 교집합이 없었지만, 금융안정 기능을 확대를 통한 '큰 한은'을 지향한다는 점에선 시선이 겹쳤다.
 
이후 서열 파괴로 압축되는 김 전 총재 시절의 인사 방식은 폐기됐다. 이 총재는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할 것"이라면서 "그래야만 직원들이 긴 안목에서 자기를 연마하고 진정으로 은행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변화와 경쟁을 강조한 김 전 총재의 고별 강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전 총재는 전날 "총재로서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과제들은 한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한은 발전을 위해 스스로 고통을 마다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남의 손에 의해 변하게 된다는 철칙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감사원이 지난 16일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재임 시절 단행했던 서열 파괴식 인사에 대해 주의 요구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금융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를 통해 승진심사후보군에 해당하지 않는 자를 특별승진자로 결정하거나 직급별 결원 범위를 초과해 승진인원을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인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한은은 지난 2013년도 특별승진후보자를 심의하며 승진 후보자도 아니고 부서장의 승진 추천도 받지 않은 21명을 1급 특별승진자로 총재에 추천했고, 총재는 이를 받아들여 승진 발령을 냈다. 감사원은 또 2013년 정기인사 당시 한은이 각각 31, 36명의 2·3급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최대 승진 가능 인원(29·35)을 초과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은 내부규정에 따르면 한은은 승진 후보자 중 근무경력과 근무성적, 직무수행능력, 인품 등을 고려해 적격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 중 일반승진은 직급별 근무기준연수 이상 근무한 자 중 승진후보자 명부순위가 일정 승진배수 이내에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특별승진은 직급별 근무기준연수나 명부순위와 관계없이 공적이 특별히 우수한 직원 중 부서장의 추천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시 한은은 승진배수 밖에 있으면서도 부서장의 추천도 받지 않아 승진심사후보군에 없던 21명을 1급 특별 승진시켰다.
 
감사원 지적 이전에도 김중수 전 총재 시절 한은 내부에서는 서열 파괴식 인사를 두고 논란이 컸다. 2010년 취임한 김 총재는 미국 박사 학위 소지자 위주로 서열 파괴식 인사를 단행했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조직의 질서를 해치는 김중수식 개혁이라고 비판했었다. 지금 한은 총재인 이주열 당시 부총재 역시 20124월 퇴임하며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 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했었다.
 
한은과 같은 보수적인 조직을 외부의 시각으로 볼 때는 답답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은이 보수적인 조직이 된 것은 나름대로의 오랜 전통과 역사적인 특성이 있다. 한은은 김중수 식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치유해야 했다. 단순히 젊고, 해외 주요 대학의 박사 학위를 가지고, 국제적 업무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김중수 식 인사개혁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물가당국인 중앙은행은 정치나 시류에 민감한 역동적인 관청과 다르다. 한은의 변혁을 가져오려면 더욱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인사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은 내부에서 총재 자신은 물론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통 한은맨의 'DNA'라면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손꼽힌다. 변화는 좋지만 한은맨들의 DNA를 뽑아내고 한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오해를 벗어나려면 중앙은행의 본분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감사원이 퇴임한 김중수 전 총재의 실적주의 인사에 뒤늦게 일침을 가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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