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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황영기'의 화려한 귀환
'글래디에이터 황영기'의 화려한 귀환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5.01.2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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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연상되는 캐릭터..3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

 
"대외협상력이 좋은 사람이 회장이 돼야 한다고 설득한 점이 통한 것 같습니다."

화려한 금융계 경력을 가진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20일 금융투자협회 제3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당선 일성으로 '힘 있는 협회'를 표방, 앞으로 금융계에 파란을 예고했다. 업황침체와 당국의 규제에 숨이 막혀있는 금융투자업계는 그가 특유의 추진력으로 돌파구를 찾아줄 것을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약간은 흥분한 듯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투표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중형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규모와 권역을 가리지 않고 황회장을 뽑은 사유로 "우리가 힘있는 협회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의 화려한 경력과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에 회원사들이 한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그동안 협회가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황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황 회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1975년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외국계 은행과 삼성그룹 생활을 거쳐 1999년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와 2001년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맡으며 금융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4년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겸 우리은행장을 맡으며 큰 자취를 남겼다. 출발이 금융은 아니었지만 금융계에서 거물로 성장했다. 당시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는 등 은행권 몸집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토종(土種) 은행론'을 내세우며 웬만한 은행을 인수하는 것과 같은 크기로 키워냈다. 자산확장 속에서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이같은 저돌적 이미지는 외형을 키우는 과정에서 영업맨들에게 독려의 의미로 ''을 쥐어주는 퍼포먼스와 결합돼 그에게 '검투사(gladiator)'라는 별명을 붙여줬다.우리금융에서 물러난 후 공백기를 거치다 2008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장 시절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미국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것이 문제가 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회장직을 중도사퇴했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 3년 만인 2013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좌절하지 않고 운명에 맞서 싸우는 '검투사'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검투사로서의 이미지는 황 회장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그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상대하기가 껄끄러울 수 있는 개성의 소유자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10년이상 장기펀드 비과세, 파생상품 관련 규제완화, 공모펀드 주식거래세 인하 등 업계 숙원사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파생상품 규제완화만 해도 투기성을 이유로 당국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황 회장의 검투사적인 모습에 금융투자업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만큼 업계가 어려운데도 협회가 그동안 제 목소리를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5현제(五賢帝) 시대'가 막을 내리던 서기 180년의 로마가 배경이다. 장군에서 검투사(글라디아토르)로 전락한 주인공 막시무스(러셀 크로 분)의 인생역정을 로마사의 실제 인물들 속에 용해시켜 웅장한 스케일로 그려낸 시대극이다. 5현제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도나우강 연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는 등 무용과 덕망을 겸비한 장군 막시무스를 총애한다.그래서 황제 자리를 그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이를 알아차린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황위를 찬탈한 뒤,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막시무스는 구사일생으로 도주, 고향에 가지만 몰살당한 가족들의 참혹한 죽음을 접하고 쓰러진다. 노예상인 프록시모(올리버 리드 Oliver Reed)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진 막시무스는 신분을 숨기고 노예로 팔려 검투사가 된다. 뛰어난 검술과 지혜로 경기마다 승리를 거두어 로마 최고의 검투사로서 민중의 영웅이 된다.
 
영화 속 막시무스와 황 회장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다만 화려한 경력과 부침이 심한 두 사람의 인생역정이란 점에서는 비슷하다. 회 회장에게 검투사란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그만큼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인 까닭이다. 또한 쟁쟁한 경력과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내공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관련 협회장에 모처럼 거물이 선임되면서 앞으로 뉴스거리도 많아질 것이다. 그의 복귀로 위기에 빠진 금융투자업계가 기사회생할 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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