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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은 국민을 '원숭이'로 아는가
최경환은 국민을 '원숭이'로 아는가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5.01.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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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증세 입안하고 이제 와서 '조삼모사' 궁색 변명 일관

 
연말정산 시즌에 접어들어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자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던 연말정산 논란이 한창이다. 연말정산 봉투가 상당히 헐거워지다 못해 토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 세법을 2014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연봉 345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부터 세금이 증가하도록 설계한 개정안을 내놨지만, 반발 여론이 거세자 5천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추가 세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수정 발표했다.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 증가 우려는 당시부터 제기됐었다. 그러다가 개정 세법이 적용된 2014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들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의 당초 세부담 증가 목표 구간이었던 연봉 5천500만원 초과 구간 근로자는 물론 세부담 증가가 없을 것이라고 했던 5천500만원 이하 구간의 근로자들까지 환급액이 줄거나 심지어 세금을 토해내는 경우가 속속 드러났다. 여기에 정부가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바꿨다. 연말정산 봉투는 더욱 가벼워진 이유다.

상당수 납세자가 졸지에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13월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정부가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직장인의 '유리지갑'만 털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이에 기재부가 우선 보완책으로 내세운 건 간이세액표 개정과 추가 세액 분할 납부 등이다. 기재부는 이번 연말정산에서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지금 악화한 여론은 정치권으로 옮아붙었다. 여야 간 책임공방이 격하게 벌어졌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액공제율을 15%에서 5% 포인트 정도 올리는 등 소득세법 개정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정부는 간이세액표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결국 '많이 내고 많이 받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조삼모사(朝三暮四)'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서 돌려받는 금액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2013년 연말정산 당시에도 간이세액표가 바뀌어 원천징수세액이 감소했다. 따라서 환급액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간이세액표의 문제가 아니다. 간이세액표 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조삼모사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宋)나라의 저공(狙公)이 자신이 키우는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러자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고 바꾸어 말했다. 그래서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따지고 보면 전체 하루 7개는 변함없디.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해서 원숭이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보였다. 인간들은 이것을 모르고, 원숭이처럼 조삼모사나 조사모삼(朝四暮三)만 따지고 웃고 울고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행위에 조삼모사란 말이 사용되기 까지 한다.

만일 정부가 소득공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현재의 세액공제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세액 공제율에서 자녀 수에 따른 공제액과 공제율을 상대적으로 높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올해 연말정산에서 적용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기재부는 2014년 귀속으로 간이세액표 개정한다는 입장이 아니다. 2015년 귀속분부터 할지, 3월 연말정산 완료 이후 하반기부터 적용할지 등은 정해진 게 없다. 추가세액 분할납부의 경우도 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사실상 올해 연말정산에서 적용이 어려운 것이다.

결국 올해 연말정산은 혼자살면 '싱글세 폭탄'을 맞고 다둥이 가정도 '세금폭탄'을 맞는 셈이다. 어찌보면 무차별적인 서민증세로 세수부족을 메우는 와중에 서민들만 피해를 피해를 뒤집어쓰는 꼴이다. 정부가 뒤늦게 연말정산 보완책 마련에 부심한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조삼모사'에 불과한다. 최경환 경제팀이 뒤늦게 부산하다. 그러나 부산을 떨 필요가 없다. 만일 연말정산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첫 해 샐러리맨들의 불만이 폭주할 것을 몰랐다면 '정무감각 부족'이고, 미리 알았다면 '무능한 행정능력'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정부가 국민을 원숭이로 알지 않는다면 이제는 조삼모사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똑똑한 경제관료들이 많이 모였다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정말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기들보다 더 영리하고 똑똑한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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