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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항공 유상증자의 '덫'
대항항공 유상증자의 '덫'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5.01.0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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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경영 폐단과 자금조달 비상..주주들에게 손 벌린 꼴

 
‘땅콩 회항사건이 처음으로 보도(128)된 후 한 달 사이 국내 굴지의 대형 항공사 2곳의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유가하락으로 대외 호재를 맞은 대한항공은 잇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비교적 견조한 상승세다.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달 8일 종가 기준으로 46200원이었다. 이로부터 꼭 한 달 뒤인 17일의 대한항공 주가는 43500원이다. 주가만 두고 단순 계산하면 그다지 큰 하락폭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추이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의 주가는 죽을 쒔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85820원에서, 17일 종가 기준 7250원을 기록했다. 견조한 상승세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이 4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저유가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영업이익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대한항공이 돌연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지난 6일 대한항공은 장마감 후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은 물론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막대한 빚더미에 안은 대한항공이 재무약정을 기준을 초과해 빌려준 돈을 한꺼번에 회수에 가는 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족벌경영의 폐단이 여실하게 드러난 가운데 '땅콩회항'사태로 대외신뢰도마저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떨어져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이번 유상증자란 카드를 빼들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다. 유가하락이라는 호재로 주가상승 기대감을 잔뜩 키웠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가급락으로 이어진 대한항공의 결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지난해 대한항공이 부실계열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문제에 대해서도 동반부실화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을 들어 지원 중단을 촉구한바 있다. 일부 주주들은 유가하락 호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까지 내놓고 있다. 빚더미 속에서도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 재무구조악화 우려를 키운 경영진들이 뒷감당이 어렵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유증을 결정한 탓이다. 신주 발행주식수는 기존 발행주식수의 24%1416만주로, 물량부담으로 주가는 주저앉았다.
 
주가급락 된서리를 맞은 투자자들의 반응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부실화된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는 그만큼 빚더미에 앉은 대한항공의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대한항공의 연결 차입금은 15975억원에 이른다. 2010121796억원이던 차입금이 4년만에 4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한항공의 차입금은 총 4392억원에 이른다. 자금조달을 위한 대한항공의 고민은 깊았던 것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회사채 발행, 신규 차입 등 일명 '돌려막기'로 차입금을 상환해왔다. 문제는 늘어난 빚으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A-', 등급전망 '부정적')마저 낮아지면서 회사채 발행 상황이 녹록치 않게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의 '갑질'로 촉발된 '땅콩회항'사태까지 터지면서 떨어진 대외신뢰도는 회사채 발행에 부정적인 요인이 도고 말았다.
 
대한항공은 저유가 수혜주의 잇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땅콩 회항사건이 운항 정지 처분으로 이어질 경우 수백억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21일간 해당 노선에 대한 운항 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대한항공의 매출은 약 250억원 가량 감소한다. 과징금 규모도 2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6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증권사들도 줄줄이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유증 발표 후 교보증권은 대한항공의 목표가를 44000원으로 20% 하향했고, 신영증권은 5만원(기존 6만원), 메리츠종금도 5만원(기존 55000)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내렸다. 유증과 땅콩회항사건이 맞물리며 대한항공 주가는 당분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대한항공으로써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딸 조현아의 땅콩회항파동으로 이래저래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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